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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성공의 딜레마

  • 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1.10.1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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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이 전세계 1억 1,100만 가구 시청을 돌파하면서 넷플릭스 콘텐츠 중에서 역대 최다 시청 드라마에 등극했다. 넷플릭스에서 ‘오징어게임’이 공개된지 26일 만의 기록으로, 역대 최단기간에 최다 시청자라는 대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오징어게임’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오징어게임’을 제작하는데 든 비용은 약 20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오징어게임’ 성공 이후, 넷플릭스 주가는 2주만에 약 28조 원이 증가했다. 단순 수치상으로 계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표면적으로 ‘오징어게임’으로 넷플릭스가 1,000배 이상의 효과를 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사 측은 인센티브가 전혀 없고, ‘오징어게임’과 관련한 지적재산권(I·P)도 100% 넷플릭스가 소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몇몇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제작사가 단순 콘텐츠 개발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 때 제작사와 사전협의를 진행한다. 제작사 측에서 시나리오를 갖고 총 제작비를 먼저 제시한다. 넷플릭스는 이를 검토하고, 합당한 금액이라고 판단되면 제작비와 별도의 이익금을 먼저 지급한다. 이렇게 제작이 확정되고 나면 모든 콘텐츠의 권한은 넷플릭스로 귀속된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도 상당한 리스크를 안게 된다. 그 콘텐츠가 손익분기점(BEP)을 넘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자금이 투입된 이후에 책임은 넷플릭스가 모두 지게 된다.

사실 ‘오징어게임’이 공개됐을 때, 기자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시나리오에 출연한 배우들도 임팩트가 없어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기자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이들이 동일한 생각을 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시청을 한 후에도 ‘잘 만들었네’ 정도였지, 이렇게 글로벌 흥행을 이끌 수 있을지 꿈에도 몰랐다. 넷플릭스도 제작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원작에 대한 I·P가 중요한 시대지만, 제작사 입장에서는 전 세계 가장 빠른 유통망을 갖고 있는 넷플릭스에서 모든 비용을 주고, 여기에 이익금까지 먼저 지급해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오징어게임’처럼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면 제작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오징어게임’ 후속작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당연히 전편에 비해서 훨씬 늘어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제작사의 이익금 또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오징어게임’ 말고도 다른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도 당연히 넷플릭스의 픽(Pick)을 무조건 받을 것이다. 한편의 글로벌 성공으로 제작사 역시, 글로벌 명문 제작 스튜디오로 도약할 가능성 높아진 상황이다.

북미에는 이런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 방식으로 전문 스튜디오로서의 명성을 높이는 곳 또한 적지 않다. 모든 것을 혼자서 하는 시대는 지났다. 자신들이 정말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게임 개발사들의 투자가 조금씩 활발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오딘’의 성공이 아마 가장 크 이유일 것이다. 제대로 된 팀이 잘 개발하면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고, 이는 실력 있는 개발자가 자신만의 팀을 구축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토양이 구축됐다.

넷플릭스의 모델을 게임에 그대로 접목하기에는 아직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그렇다고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한 온라인, 모바일 플랫폼이 힘들다면, 일단 단일 타이틀로 낼 수 있는 콘솔부터 도전을 해보면 어떨까 한다. 이미 일본과 북미는 넷플릭스와 비슷한 시스템을 적용해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의 제작 시스템을 보면서 국내 메이저 게임사들도 좀 다양한 생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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