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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든링’ 트레일러 공개, 차별화 요소는 ‘긴장감’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11.09 15:11
  • 수정 2021.11.0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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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칼 든 전사가 움직인다. 넓은 맵에서 좌표를 찍고 이동한다. 적들이 튀어 나온다. 이내 검을 휘두르면서 베어 넘긴다. 평범한 인게임 영상이지만 냄새는 사뭇 다르다. 게임 내에서 적 캐릭터 3마리가 등장하자 나래이터는 ‘어려운 적’이라고 표현한다. 보스도 아닐뿐더러 평범한 길가던 잡몹 3마리처럼 보이는데도 ‘어려운 구간’이라는 설명이다. 

평범한 RPG를 즐기는 유저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저 들어가서 공격 스킬 몇 번 누르면 가볍게 클리어할 것 같다. 기껏 해야 포션 한, 두개 먹으면 클리어 할 장면처럼 보인다. 

그런데 소울류를 즐기는 유저들은 다른 그림을 본다. 잡몹 한 대 치려다가 나머지 2명이 창으로 꿰뚫을 것을 안다. 때문에 소울류 유저들에게 이 장면은 활을 쏘고 기름병을 던지고 온갖 수단 방법을 다 동원해서 1명씩 때려 놔야 싸움이 될 것 같다. 

지난 11월 4일 프롬소프트웨어가 공개한 ‘엘든링’트레일러는 이 같은 장면들이 게임의 태반을 차지한다. 그저 길가다가 몬스터를 만난 뒤 한 대 때리거나, 구르고 한 대 때리거나, 막고 한 대 때리는 장면이 대다수다. 그러나 이를 보는 유저들의 생각은 다르다. 

유저들은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패턴을 눈에 담고자 한다. 패턴이 눈에 익숙할수록 빠르게 잡는다. 같은 트레일러를 보고, 또 보고, 또 본다. 아예 패턴 공략까지 시작된다. 발동 된 다음에 왼쪽으로 두 번, 오른쪽으로 한 번 이후 평타 한 대와 같은 이야기들이 오간다. 평범한 게임 영상처럼 보이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는 셈이다. 

개발사도 이를 인지하고 별다른 꾸밈이 없다. 그저 길가다가 몬스터가 튀어 나오고, 몬스터들의 패턴을 담담한 어조로 보여줄 뿐이다. 이어 전체 맵을 비춰주면서 규모를 예상케 하고, 던전 구조를 보여주면서 시연 영상을 마무리 짓는다. 

트레일러 영상을 보는 내내 기자는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압박감에 시달렸다. 몬스터가 내 지르는 패턴을 보면서 맞으면 바로 ‘유 다이’가 뜰 것 같은 긴장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멀리 보이는 적들이 언제 돌진할지 모르고, 모퉁이를 돌면 꼭 옆에서 누가 찌를 것 같은 기분이 엄습한다. 묘한 압박감이 20분 내내 계속된다. 영상이 끝나서야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전투 시스템이 만들어낸 특유 이미지는 게임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도록 만든다. 긴장감과 공포, 그리고 묘한 도전 욕구가 뇌리를 지배한다. 특수한 호르몬이 작용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한 밤중에 라면을 먹는 영상을 보면 자연스럽게 라면 물을 얹게 된다. 별다른 꾸밈도 필요 없이 물 넣고, 라면 넣고, 끓는 영상만 봐도 침샘이 폭발한다. 아는 맛이 더 참기 어렵다. 한 밤중에 몬스터를 잡는 영상을 본다. 그저 회피하고 휘두르고 할 뿐인데, 묘한 감정이 끓어 오른다. 아는 재미. 아는 맛이 더 참기 어렵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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