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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야구권? 짝퉁 성인 게임 구글 플레이 인기 순위 1위 필터링 빨간불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1.12.30 14:41
  • 수정 2021.12.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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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권은 일본 화류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게임이라고 한다. 일본 전통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다가 노래가 끝나면서 ‘아웃’이란 소리가 나오면 서로 가위바위보를 한다. 지는 사람은 옷을 벗는다. 그러다 어느 한 쪽이 포기할때까지 하게 되는데, 포기한 이후에 벌칙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필연적으로 소위 관객들이 심판이 되며,  아슬아슬한 수위까지 옷을 벗도록 만들어 부끄러워 하는 장면들을 유도하고 짖꿋은 농담을 던지는 게임이다. 지금 이 행동을 하면 관련된 자들은 모두 쇠고랑을 찰법한 행동들이다. 일본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진=올스타 야구권
사진=올스타 야구권

이 게임이 공중파를 타고 고정 코너로 편성되기도 하고 게임으로 제작돼 출시되기도 한다. 놀랍게도 국내에도 이 게임이 정식 수입돼 PSP용으로 발매되기도 했다. 당시 유명 AV배우와 그라비아 아이돌을 모델로 삼고 이를 진행하는 영상을 냈다. 게임 방식은 역시 춤을 추다가 아웃이라는 말과 함께 가위바위보를 하면 웃을 벗는 형태다. 19세 이용가능 빨깐 딱지를 달고 수입 허가가 내려 졌다.

기자가 신입 기자이던 시절 해당 게임과 카드가 편집국으로 날아온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편집국은 이 게임을 두고 논란이 일었는데, 10년이 훌쩍 넘은 시간이 지난 지금이야 오죽하겠는가. 알고 보면 이 게임을 개발한 회사는 게임 회사가 아니다. AV회사가 직접 개발했으며 출시한 콘텐츠다. 게임이라기 보다는 성인 비디오 DVD에 가까운 콘셉트다. 

(관련기사: 이건 게임도 아니고 애로비디오도 아니여~! )

막상 당시 게임을 플레이 해 보면 생각처럼 쉽지 않다.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가위바위보로 한 사람을 상대로 5연승을 거둬야 하며, 이렇게 10여명과 대결을 해야 한다고 보면 게임 난이도가 결코 낮지 않다. 엔딩을 보는 일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다만 게임인 만큼 제작사가 상대적으로 난이도를 조율해 장시간동안 가위바위보를 쉬지 않고 한다면 엔딩을 볼 확률이 아예 0%는 아니라는 점이 재미 포인트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 이 콘텐츠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다. 이번엔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다. 공개 명칭은 ‘와이푸 - 옷을 벗기다’. 싱가폴에서 개발중인 회사로 보이는 팔콘 게임즈가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동남아시아권에 해당 콘텐츠를 론칭하면서 스토어 상위권을 기록중이다. 방식은 변형된 야구권에 가깝다. 3D모델링된 캐릭터를 내세우고 가위바위보를 한 뒤 진 쪽이 옷을 벗는 형태다. 자극적인 내용과 콘셉트임에도 15세 이용가를 택하고 발매 됐다.

사진 출처=구글플레이, 가능한 모든 장소에 광고를 붙인다
사진 출처=구글플레이, 가능한 모든 장소에 광고를 붙인다

실제 플레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조잡하다. 초등학교 과제로도 이 수준으로는 나오지 않을것 같다.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뒤 가위바위보를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보자기만 계속 냈는데 이긴다. 이유는 간단하다. 승리 이후 광고를 노출하기 위해서다. 돌아오면 다시 광고다. 다음 캐릭터를 넘어갈때도 광고다. 다음 판에서는 난이도가 올라 간다. 이겨도 광고, 져도 광고를 보고 재도전. 게임이라고 보기에도 민망한 수준인 물건으로 자극적인 광고를 내세워 돈벌이를 할 심산이다.

심지어 구글 번역기 조차 돌려볼 생각을 안한듯 간단한 한글인 '비기다'도 제대로 찾지 못해 그대로 냈다. 여러모로 속내가 뻔히 보이는 물건이 현재 구글플레이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차지 했다. 구글의 필터링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부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과거 게임업계는 이른바 '아타리쇼크'를 겪었다. 제대로 검수하지 않고 아무 콘텐츠나 일단 출시하고 보는 상황이 계속되자 플랫폼이 신뢰를 잃었다. 세계를 지배하던 플랫폼은 그대로 추락했고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 줬던 전례가 있다. 철밥통도 모자라 다이아몬드, 아다만티움 밥통이라 불리는 모바일스토어지만, 검수를 제대로 못한다면 그 다음은 공명의 길로 추락한다. 게임물등급제가 부활하고, 여성가족부가 감시역을 자처하게 되면 그 피해는 누가 감수해야하는가.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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