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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크고 작은 것은 비교가 필요하다

  • 정리=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2.01.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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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812호 기사]

한자 중에 ‘뽀족할 첨(尖)’자가 있다. ‘큰 대(大)’자 위에 ‘작을 소(小)’자가 올라간 이 글자는 송곳처럼 뾰족한 끝부분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자의 모양에서 보듯이 뾰족하다는 의미는 상대적이다. 지름 1cm 남짓인 연필의 끝은 1mm 정도가 되어야 뾰족하지만, 지름 1m의 통나무 끝은 1cm만 되어도 뾰족하다. 이처럼 뾰족하다는 의미의 ‘첨’이라는 글자는 큰 것과 작은 것의 비교를 통해 나타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글자이다.

데이터에 대한 평가는 ‘첨’자에서 보듯이 비교를 통해 이루어진다. 비교 대상이 없는 단일 데이터는 평가할 수 없다. 데이터의 분석은 항상 비교를 통해 이루어지고, 분석의 결과는 비교를 통해 정의된다. 그러나 많은 경우 데이터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에 따라 왜곡된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비율을 왜곡해 사실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경향이 있으며, 어떤 경우 편견에 의존하여 숫자 하나인 단일 데이터의 중요성을 잘못 판단한다. 이를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한스 로슬링은 그의 책 ‘팩트풀리스’에서 ‘크기 본능’이라고 표현했다.

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하는 콘텐츠 산업 백서에 따른 2019년 게임 산업의 매출은 약 15조 5천억 원이다. 이 숫자만으로는 매출이 큰 것인지 작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의 매출과 비교해 대한민국 게임산업 전체 매출이 단일 기업 매출보다 작아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2019년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만화 산업의 매출을 모두 합쳐도 게임산업 매출보다 작다. 2020년과 2021년 데이터는 더 살펴보아야 하겠으나, 영화 ‘기생충’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BTS’가 K-POP의 위상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놨지만, 각각의 영화산업이나 음악산업의 매출 수준은 아직 한국의 게임산업 규모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게임 서비스 데이터에 대한 분석 자료를 보면, 분석자의 의도에 따라 단일한 데이터만 제시하고 일방적인 주장을 결과로 제시하거나, 왜곡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여주는 것을 자주 본다. 특정 게임의 재방문율이나 과금전환율, 매출, 모객비용, 수익률 등은 다른 게임과 비교하거나, 제작비용, 서비스 비용 등을 고려하여 비교 분석했을 때 의미가 있다. 단순 수치만 제시하고 일방적으로 우수하다는 식의 주장은 인정받을 수 없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뉴스가 가지는 희소성에 대한 가치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뉴스가 반복되면, 사람이 개를 무는 경우가 흔하다는 착각을 만들거나, 모든 개가 사람을 물 수 있다는 오해를 만들게 된다. 게임산업은 작은 산업도 아니고, 게임은 사람을 물지 않는다.

이중반룡 그는?
게임 유저로 시작해서 2001년 게임 기획자로 게임업계에 입문했다. 야침차게 창업한 게임 회사로 실패도 경험했다. 게임 마케터와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치며 10년 간의 실무 경력을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게임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분야 투자 전문가로서 수 년째 일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살려 대학에서 게임 기획도 강의하고 있는 그는 게임문화 평론가를 자처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박형택)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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