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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파괴 게임 ‘데어 이즈 노 게임’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2.01.04 18:32
  • 수정 2022.01.0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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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막이 오른다. 오랜만에 손님이 오는 듯 사회자가 긴장한다. 이내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목이 좀 이상하다. ‘데어 이즈 노 게임’. 지금 플레이하는 이 게임은 게임이 아니란 소리다. 사회자도 꾸준히 게임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당장 게임을 끄고 시간 낭비를 줄이라고 한다. 뭔가 이상하다. 제목부터 좀 색다르다. 게임이 아니니 나가달란다. 혼자 있고 싶은 사회자를 꾸준히 괴롭히다 보면 서서히 정체가 드러난다. 
알고 보면 아이디어로 가득 찬 퍼즐게임이다. ‘데어 이즈 노 게임’은 사회자가 나와 ‘게임은 없다’며 끊임 없이 ‘그만둘 것’을 요구하는 게임이다. 그 과정에서 일어 나는 애피소드들을 게임에 녹인다. 게임을 주제로 벌어지는 개그 요소들이 백미. 소위 ‘타격감’이 좋은 사회자를 괴롭히면서 서서히 속 이야기가 드러나는 게임 구조가 일품이다.

원작은 지난 2015년 플래시게임으로 출시 됐던 작품. 이어 게임성을 보완한 후속작이 지난 2020년 8월 공개 됐다. 당시  이어 2021년 12월 17일 게임에 한글 패치가 공개되면서 비로소 국내 유저들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게임성이 탄생한 배경은 ‘게임잼’행사다. 게임잼 행사는 특정 시간 동안 게임을 개발해 완성한 뒤 모인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평가하는 행사다. 짧은 시간 동안 게임을 개발하는 탓에 디테일을 신경쓸 여력이 없다. 그렇다보니 개발자는 자신을 출연자로 등장시켜 대화를 해 나가는 형태로 게임을 구성했다. 게임 속에 배치된 퍼즐은 엉성하기 그지 없는데, 대신 사회자와 대화를 하는 그림을 택하다 보니 소위 ‘제4의 벽’을 넘는 형태로 게임을 설계했다. 이 아이디어가 유저들에게 통하면서 이를 계승 및 발전시켜 게임성을 보완한 뒤 정식 버전을 설계해 출시했다.

정식 버전도 ‘제4의 벽’을 넘는 게임을 목표로 삼는다. 게임안에 또 게임, 또 그안에 게임이 들어가는 형태로 시스템을 설계한다. 일반적으로 어드벤쳐 게임은 게임상에서 아이템을 찾은 뒤 적절한 장소에 배치하거나 조합해 클리어하는 형태. 그런데 이 게임은 인터페이스를 숨겨둔 뒤 ‘제4의 벽’안에 모든 요소를 배치해 버린다. 

일례로 유저가 활용하는 음소거 아이템 버튼을 쓰면 사회자가 ‘말을 하지 못해’답답해 하는 설정과 같은 요소다. 흔한 엔딩 스크롤 화면이 일종의 퍼즐로 변해, 스크롤 화면서 흔히 쿠키영상처럼 배치하는 스냅샷(사진 앨범)에서 물을 길러다 담고 역시, 스냅샷(사진 앨범) 속에 있는 나무에 물을 주는 것과 같은 요소로 시스템을 돌파해 나가는 방식 등이 참신하다. 

패러디요소도 적지 않다. 초반부에는 제4의 벽을 넘더니 그 다음엔 차원을 이동한다. 차원 이동장소는 오래된 루카스아츠사 어드벤처 게임을 보는 듯 하다. 그 다음엔 용사물 RPG게임을, 그 다음엔 클리커 게임을 패러디 하는 등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한 게임 개발이 일품이다.
특히 자신의 일상을 게임으로 끌고 들어와, 그 조차도 일종의 패러디로 녹여낸 점이 많은 게이머들의 공감을 샀다. ‘데어 이즈 노 게임’은 2020년 한해를 대표하는 인디게임으로 극찬을 받는다. 인기를 기반으로 이제는 글로벌 유저들에게 인사하는 단계까지 왔다. 부자란 자원이 약이 됐고, 초심을 잃지 않은 개발이 뒤따르자 명작이 탄생했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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