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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문화적 다양성, 창작의 자유 그리고 그 한계

  • 정리=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2.01.1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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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기본적으로 창작의 자유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확대 재해석 등에 대해서 옹호해 왔으며, 이런 다양한 시도가 문화적 다양성을 증가시키고,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본 칼럼을 통해서도 이야기해 왔다. 최근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설강화”라는 드라마가 논란이 됐다. 해당 신청은 기각됐고, 드라마는 정상 방영될 것이다. 해당 드라마를 옹호하는 쪽은 해당 드라마의 내용이 독재 시기에 권력에 이용당하는 안타까운 청춘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고, 비판하는 쪽은 남파 간첩과 안기부 열혈 요원과 운동권 여학생의 삼각관계라는 설정에서 오는 안기부 미화와 민주화 운동에 간첩이 관여돼 있다는 당시 군사 독재 정권의 주장이 반영돼 있어 역사 왜곡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필자는 기본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의 역사적 재해석을 옹호하는 사람이다. 다양한 역사적 재해석은 콘텐츠를 풍부하게 만들고, 다양한 재미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문제는 엄연히 아직 그 시대 역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생존해 있으며, 피해자가 존재하고,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라는 점이다. 상처받은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집는 것은 또 다른 가해 행위이며, 콘텐츠가 하나의 사회적 언어라고 한다면 사회성을 획득하지 못한 언어를 창작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수용하지 못하는 대중을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번 일과 관련하여 몇몇 창작자들이 이전에 문제가 되어 조기 종영된 드라마 “조선구마사”와 영화 “링컨:뱀파이어 헌터”를 비교하는 경우를 보았다. 링컨이 뱀파이어 헌터라는 상상력의 창작물은 사회의 구성원이 창작자의 상상력으로 대중이 수용했다. 그러나 “조선구마사”의 설정은 동북공정과 중국의 ‘한푸’에 대한 억지로 상처받은 대중이 수용하지 못했다. 이를 창작의 자유이니 수용하라고 하는 것은 대중을 창작의 자유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바라보는 창작자의 오만함이다. 창작자들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콘텐츠가 사라져서 얻게 되는 사회적 이익과 창작자들이 상상력을 검열하고 위축되면서 잃게 되는 사회적 이익을 비교해, 이런 비판이 사회적 이익에 반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주장은 지금까지 수많은 창작자가 비판해 온 천박한 천민자본주의의 논리이다. 사회적 이익이 있다면 대중은 상처와 분노를 감수해야 한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소수의 창작자가 창작의 자유에 대한 선을 임의로 높게 정하는 것은 소수의 위정자가 창작의 자유에 대한 선을 임의로 낮게 정하여 검열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창작자는 당연히 사회를 무서워해야 한다. 대중에게 평가받기 위해 창작하기 때문이다. 혼자 보기 위하여 창작한 것을 누구도 평가하지 않는다. 방영금지 요청도 그 정도로 실망한 대중의 피드백이다. 내가 보기 싫다를 넘어서 내 주변의 지인, 사랑하는 사람, 가족, 친구들이 보지 않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하는 대중의 평가이다. 창작자는 겸허하게 받아들일 문제이다. 그게 싫으면 대중 예술 창작을 하지 않으면 된다. 비판받을 만한 내용이 있다면 비판받고, 사과하면 된다. 사과하기 싫으면 계속 싸우면 된다. 비판하는 사람과 맞서 논쟁하는 것도 자신의 견해이니 주장하는 것은 자신의 권리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도 창작의 자유이니 스스로 할 일이다. 그러니 그 비판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개인의 생각을 표현할 자유와 함께 표현하지 않을 자유도 보장하고 있다. 표현하지 않을 자유가 보장되는 것은 표현했을 때, 비난이 아닌 비판은 감수해야 함을 의미한다. 비판도 제대로 하려면 창작하기 어렵다. 비판하는 창작물도 창작의 자유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비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으면, 창작의 자유도 인정받을 수 없다. 

이중반룡 그는?
게임 유저로 시작해서 2001년 게임 기획자로 게임업계에 입문했다. 야침차게 창업한 게임 회사로 실패도 경험했다. 게임 마케터와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치며 10년 간의 실무 경력을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게임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분야 투자 전문가로서 수 년째 일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살려 대학에서 게임 기획도 강의하고 있는 그는 게임문화 평론가를 자처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박형택)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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