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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투-징가 15조 원 빅딜, 핵심은 유통망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2.01.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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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투가 소셜 및 모바일게임 분야 전문 기업 징가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약 15조원에 달한다. 징가는 연간 약 3조원이 넘는 매출을 거두는 대형 기업으로 일반적인 M&A 수치 계산법으로는 합리적인 트레이드다. 단 징가는 만년 적자를 기록중인 기업이기에 알짜배기 영입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인수 발표 이후 징가 주식은 약 40% 폭등한 반면 테이크투 주식은 15% 이상 하락했다.

이들이 M&A에 투자한 비용은 텐센트가 슈퍼셀을 인수(10조 원)한 금액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제니맥스를 인수한 금액(8조 5천억 원), EA가 코드 마스터즈를 인수(1조 3천억 원)한 금액과 비견된다. 심지어 디즈니가 스타워즈 프렌차이즈를 인수하면서 약 4조원을 쓴 점을 감안하면 더욱 초라해 보이는 금액이다. 주주들의 평가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그런데 그 이면을 살펴 보면 흥미로운 요소들이 남아 있다. 징가가 쌓아온 데이터들은 일반적인 기업 가치로는 보기에 어려운 요소들이 숨어 있다. 일례로 징가 자회사 롤릭은 누적 다운로드 10억회를 돌파한 하이퍼 캐주얼 기업이다. 징가가 자체 보유한 브랜드들도 이에 못지 않은 다운로드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팜빌'과 같은 게임을 비롯 다수 소셜게임과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징가는 여전히 강하다. 타 게임 대비 다수 유저들이 몰려들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굳힌 점이 장점이다. 즉 징가가 서비스하는 게임들의 도달률은 차원이 다른 파급력을 보인다. 반면 이렇게 모여든 유저들을 대상으로 현금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부분이 약점이어서 평가가 낮은 근본 원인이다. 

실제로 징가는 이 유저들을 대상으로 현금을 이끌어낼 방법을 고심하던 중 광고 비즈니스를 도입하는 방법을 택했다. 광고 비즈니스도 수치만 놓고 보면 연간 30%~50%대 성장률을 보이는 비즈니스로 수천억원 단위 매출을 거두면서 효자 산업이 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억단위 유저들이 몰려드는 환경임을 감안하면 광고 수입 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징가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징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규모 스튜디오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M&A에 나선다. 매년 크고 작은 스튜디오를 끌어 모았고 게임이 나오면 징가가 보유한 채널을 통해 배포하면서 조금씩 매출 구조를 개선해 나간다. 이를 통해 모바일 분야를 대표하는 퍼블리셔로 성장하기도 했고, 만년 적자처럼 보이던 매출 구조도 올해 흑저 전환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유수 개발팀을 M&A하면서 가능성을 만들어 나간다. 이제 M&A한 개발사들이 서서히 신작을 내 보내면 다음 전성기를 그려볼 수 있는 전략이다. 이러한 포트폴리오가 통하면서 테이크투가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엄밀히 말해 테이크투는 개발력이 필요한 기업이 아니다. 이미 성공한 브랜드를 갖고 있고 발매하면 합당한 판매량이 나올만한 파워들을 보유중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잡지 못한 물고기, 즉 신시장 공략이다. 그 중에서도 그들이 좀처럼 도달하지 못하는 캐주얼 게임 및 라이트 유저 게임층이 가장 중요한 미래 성장 동력원이다. 즉, 테이크투는 징가를 소유하면서 강력한 모바일게임 배급망과 MZ세대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를 마련한다. 이제 하드코어게임에 특화된 라인업을 지닌 그들이 이제 캐주얼 게임 유저들을 대상으로도 게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한 셈이다. 이제 테이크투가 보유한 브랜드들이 징가 라인을 타고 캐주얼 유저들을 향해 선보인다면 새로운 시장에 도달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소셜게임화된 'GTA'나 '레드데드리뎀션'과 같은 콘텐츠를 근간으로한 메타버스 프로젝트나, 소셜게임 프로젝트가 론칭한다면 그 파급력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결합은 누구도 쉽게 상상할 수 없었던 결과물이다. 패닉에 가까운 시장 반응도 이를 잘 말해주는 결과물이다. 양 사 회장들이 만나 술 한잔 하다가 잘 못 발표한 것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 만큼 독특한 인수 합병이 만들어낼 시나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신시장이 탄생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부자들의 돈놀이로 역사책에 오를까. 어느 쪽이든 재미있는 결과물이 될 것은 틀림이 없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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