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게임 상장사 N사가 자사 히트 게임 상점에 신규 의상 아이템을 업데이트 했다. 해당 의상 아이템은 게임상에서 극 소수 유저만 보유하고 있는 희귀 아이템. 이제 유저들이 직접 구매해 입을 수 있도록 만드는 계획으로 보였다. 기대에 잔뜩 부풀었던 유저들은 아이템을 구매하고자 했다. 그런데 아이템이 상점에 업데이트 된 순간 유저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이후 후폭풍이 일면서 게임사 대표가 직접 나서서 사과하는 영상을 올리는 사태까지 불거진다. 황당한 사태 전말은 이러하다.

지난 8월 1일 N사 RPG게임에 의상 아이템이 업데이트 된다. 서버 레어급 아이템이 업데이트 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그런데 아이템 가격이 이상하다. 2,480,000이다. 유저들을 경악케하는 금액이다. 만약 이것이 중국 위안화였다면 실 아이템 가격은 약 4억 6천 만원. 도무지 납득이 어려운 금액에 가깝다. 유저들은 버그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한다. 그런데 실제 게임 아이템이 나왔는데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알고 보니 2,480,000포인트였던 것. 

이 게임은 게임상에서 1 위안을 결제하면 10 포인트를 지급하는 시스템을 보유한다. 일종의 VIP포인트나 마일리지 포인트처럼 적립해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다. 즉, 현금 가치로 환산하면 게임에 약 4,600만 원을 쓴 뒤 포인트를 쌓아 둬야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논리상으로 놓고 보면 그간 게임을 위해 돈을 써 준 유저들을 위해 희귀아이템을 주는 것과 같은 뉘앙스처럼 보인다. 그러나 유저들의 생각은 크게 달랐다. 그도 그럴것이 애초에 게임에 4,600만원을 쓸 수 있는 유저가 많을리 없다. 설사 썼다 하더라도 이미 VIP상점을 통해 다양한 아이템을 구매하면서 포인트를 소진한 상황으로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상 이 아이템을 얻으려면 4,600만원이 아닌 그 이상을 결제했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아이템이 공개되자 유저들은 불같이 들고 일어 선다. 대표자 1만 명이 게임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고 불매 운동까지 일어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심지어 관련 단어를 유행어처럼 만들어 퍼트리기까지 한다. 우리로 따지면 과거 한 연예인이름을 딴 편의점 음식 브랜드가 터무니 없이 적은 양으로 음식을 선보여 혹평을 받았던 그 단어를 연상하면 될 법하다. 게임사는 대대적인 조롱의 대상이 됐고, 수습할 길은 묘연해 보였다.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닫자 게임사 대표가 직접 나서서 사과한다. 진심어린 사과였던 평가다. 이로 인해 개발사는 진화에 성공해 게임 서비스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유저와 회사 사이는 크게 벌어져 더 이상 수습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요즘에 와서는 이들이 무슨 게임을 발매만 했다 하면 24.8과 같은 수치들을 내걸면서 그들을 악의 축으로 몰아 간다. 한 때 중국 T사가 이 분야 최악 기업이라는 오명이 있었는데, 중국 N사 역시 이 대열에 합류하면서 함께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사건이 됐다.

게임사 입장도 이해는 간다. 돈 쓰는 사람들이 더 많이 써주기를 원하는 심리는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당장 눈 앞에 이득에 눈이 멀어 더 큰 것을 보지 못한 사례.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