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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내놓을래 한 대 맞을래"

  • 경향게임스
  • 입력 2002.08.2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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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 온라인 RPG 게임을 운영하고 있는 W사. 최근 들어 "아이템이 날아갔다"며 복구를 요청하는 조폭들의 출입이 부쩍 잦아졌다. 이 경우 보통 잘 타일러 돌려보낸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 그러나 일부 조폭들은 회사 집기를 부수거나 직원을 폭행하기도 해 애를 먹고 있다.
이 회사의 최모 팀장은 "핵(해킹)을 당했거나 누군가가 아이디를 도용해 아이템을 훔쳐갔을 경우 추적하면 나온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빤히 보이는 거짓말로 트집을 잡아 횡포를 부린다"고 털어놓았다.
온라인 머그 게임을 운영하고 있는 T사도 예외는 아니다. 이 회사는 최근 몇 명의 직원들이 조폭들에게 얻어맞아 회사를 그만뒀다. 이 회사의 차모 팀장은 "5개월 전쯤으로 기억한다"며 "조폭들이 우르르 몰려와 다짜고짜 멱살을 잡고 직원들을 폭행했다"고 설명했다.
조폭들이 게임회사를 찾는 표면적인 이유는 아이템 복구로 알려진다. 그러나 실상은 아이템을 모아 현금으로 교환하려는 속셈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온라인 게임을 운영하고 있는 H사의 한 관계자는 "풀세트로 갖춘 아이템의 경우 보통 2∼3백만원에 거래된다"며 "돈에 독이 오른 조폭들이 '주면 좋고, 안주면 말고'식으로 찾아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각종 이권에 눈이먼 조폭들이 게임회사를 상대로 억지를 부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여러건. 그러나 사실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회사 직원 치고 이런 경험 안당해본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보복이 두려워 쉬쉬하는 것일 뿐 유사한 사례는 많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경찰에 신고하기가 난처하다는 주장이다. 잘못했다가는 더 큰 보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가족들을 미끼로 협박을 해오는데 어떻게 하겠냐"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퇴근하는 직원을 몰래 미행한다고 한다. 이런식으로 집을 알아내면 "가족들을 가만 안두겠다" "딸이 참 이쁘더라" 식으로 협박을 한다는 것.
온라인 게임을 운영하고 있는 N사는 최근 보안업체 직원을 경비원으로 고용했다. 조폭들의 횡포가 심해지자 신변의 위협을 느껴 사설 보안업체에 구원의 손길을 보낸 것. N사의 한 관계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조폭들이 찾아오는 때도 있다"며 "궁리 끝에 임원회의에서 사설 경호원을 고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사정을 털어놓았다.
온라인 RPG 게임을 운영하고 있는 N사는 아예 정문을 철문으로 교체했다. 조폭도 조폭이지만 각종 이권을 요청하며 군 관련 단체가 회사를 휘젓고 다니는 통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한다. 이 회사의 김모 팀장은 "여러명이 군복을 입고 찾아와 회사를 전쟁터로 만든다"며 "지난해 말에만 직원 6명이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현재 1층과 3층에 철문을 설치, 안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게 만들었다. 엘리베이터도 1층이 아닌 3층에서부터 운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템 '삥뜯기'는 하위 조폭들이나 하는 짓이다. 고참급 조폭들은 주로 성을 거래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 W사의 한 관계자는 "성 하나가 보통 현금으로 3천만원 이상에 거래되기 때문에 군침을 삼키는 조폭이 많다"며 "일부 조폭은 보통 성 3∼4개쯤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현재까지 이들이 어떤 경로로 성을 입수해 거래하는 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N사의 한 관계자는 "성은 아이템과 달리 거래하는 게 아니라 전쟁을 통해 빼앗아야 한다"며 "때문에 혈맹간의 담합으로 성을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측은 이에 대해 정보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남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접수된 사건이 없어 뭐라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사실 여부로 판명날 경우 엄중히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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