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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2' 사전검증

  • 지봉철
  • 입력 2002.07.0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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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리니지’의 개발사인 「엔씨소프트」측은 올 상반기중 ‘리니지2’를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엔씨소프트」측은 ‘리니지2’를 ‘리니지’ 보다 더 웅장한 스케일로 선을 보일 예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혈맹,공성전 등을 스펙타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리니지2’가 그간 사회적인 문제로 지적된 아이템 현금거래,폭력 등을 또다시 부추길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게임전문가들은 앞으로 나올 ‘리니지2’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올초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피가 과도하게 튄다’는 이유로 「유리텍」의 ‘공작왕’을 18세이하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는 영등위가 앞으로 게임의 폭력성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영등위의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 클로즈드 베타서비스 예정인 ‘리니지2’에 대해서도 ‘공작왕’과 같은 잣대로 등급을 매길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이같은 영등위의 방침은 「엔씨소프트」가 앞으로 공개할 ‘리니지 2’를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주목된다. 영등위는 SBS와 <경향 게임스>가 지적한 ‘리니지 문제’를 그동안 면밀히 분석해 앞으로 등급결정에 반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청소년보호단체를 비롯한 각 사회단체들도 ‘리니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 문제의 공론화를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리니지2’의 게임시스템은 사회전체적인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인해 ‘리니지2’의 심의문제가 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밝힌 ‘리니지 2’는 ‘리니지’의 1백 50년 전을 시대적 배경으로 아바타의 자유로운 옷 갈아입기에서부터 취향에 따른 종족과 직업선택이 가능하다. 또한 공성 병기와 공중부대까지 동원되는 엄청난 스케일의 공성전은 ‘리니지’의 그것보다 더욱 화려하게 꾸밀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도 게임의 판타지 경험을 중요시해 정치, 경제, 전쟁 등의 요소를 부각시킬 예정이다. 결국 공성전, 커뮤니티 등 그동안 사회문제의 원인이 됐던 게임시스템을 그대로 ‘리니지2’에도 적용시키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엔씨소프트」의 의도는 이미 발표전부터 전문가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실정. 게임 전문가들은 “풀 3D로 제작되는 ‘리니지2’는 리니지보다 더 중독성이 강할 것으로 보여 폭력, 사기 사건들이 지금보다 더 많으면 많았지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며 “「엔씨소프트」가 아이템 현금거래를 비롯한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파장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리니지2’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정복컨셉’은 아이템 뿐만 아니라 사이버 상의 영토도 현금거래의 대상이 될 가능성에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이다.
‘리니지2’가 이처럼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역기능 때문이다. 물론 「엔씨소프트」측도 ‘리니지’로 파생되는 역기능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게임을 살리고 돈을 벌기위해서는 ‘리니지2’ 역시 청소년 폭력, 사기, 매춘 등 사회적인 문제들을 야기시켰던 시스템을 첨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게임 평론가 박상우씨(36)는 “어떻게 게임을 만들면 돈이 되는지 아는 업체가 바로 「엔씨소프트」”라고 전제하고 “회사직원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아이템 현금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날만치 도덕적으로 해이해져 있는 상황이라면 과연 문제제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정황은 여러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자정선언’을 발표한 「엔씨소프트」측은 아직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엔씨소프트」는 뜬금없이 ‘온라인게임산업협의회(가칭)’에 참여할 예정이라는 사실만 발표했다. 이는 그동안 어떤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았던 사실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온라인 게임산업발전을 위한 협의체’라는 것이 명분이지만 배경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나돌고 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 「CCR」, 「한빛소프트」 등 20여개의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첨단게임산업협회, ETRI 등과 함께 정보통신부 산하단체로 온라인게임 산업발전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고 오는 28일 창립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에 출범하는 온라인게임산업협의회는 온라인게임 발전을 위한 기반기술 공동연구 및 산업발전방안 수립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게임중독이나 아이템 판매 등의 역기능 해소방안 모색과 해외시장 개척 등의 현안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해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특이한 점은 ‘온라인게임산업협의회’의 회장사로 「엔씨소프트」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그동안 각종 게임협의체의 참가를 고사했던 「엔씨소프트」가 이례적으로 협의회 창립을 주도하고 나서는 것에 대해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사시적인 시선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다. 최근 게임중독, 아이템 현금거래, 성매매 등 온라인게임으로 빚어지는 역기능이 사회 이슈로 부각되면서 온라인게임의 고공비행에 자칫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해 자체방어에 나선게 아니냐는 것이다.
겉으로 협의회 출범은 정보통신부 산하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산파역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지난해 ‘리니지’ 재심의에서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줬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뭔가 있다’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외에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국게임산업개발원 등을 산하기구로 두고 게임산업발전에 주력해온 문화관광부가 이번 협의회 창립에 배제됐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기고 있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도 ‘리니지’로 인해 파생된 사회적인 문제는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 보호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발생하고 있는 게임과 관련한 폭력, 사기 사건 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지난해 청소년 사이버 범죄가 무려 275배나 급증한 것도 게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특히 청소년 보호 위원회는 게임과 관련해 청소년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지난 98년 ‘스타크래프트’ 청소년 유해여부와 관련해 당시 문화관광부 산하 공진협(현 영등위)과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엇갈린 판정에 대해 조정권을 행사했던 청소년 보호위원회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측은 “‘리니지’로 인해 발생하는 역기능에 대해 회사차원에서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으며 3월 중 그 일부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의 차기작인 ‘리니지2’에 어떤 시스템들이 포함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재 게임이 만들어지는 단계로 모든게 확실하지 않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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