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드컵 그후...

  • 지봉철
  • 입력 2002.07.02 12:03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애써 월드컵 열기를 외면했지만 동시접속자는 특히 월드컵 개막이후 한국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폭락했다. 지난 4일 폴란드를 상대로 한국팀이 첫승을 거두면서 온라인게임들은 유례없는 동시접속자 감소를 겪었고 이후 한국팀이 8강티켓을 따내던 이탈리아전에서는 최악의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최고의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는 평소 7만명을 유지하던 저녁 8시 반 이후 동시접속자수가 4만으로 줄어들었다. GV의 포트리스2블루는 대이탈리아전의 동시접속자수가 평소보다 50% 떨어져 오후 8시30분부터 11시까지 평소의 50%인 6만3천명 정도로 줄었다. 특히 연장 후반전 안정환선수가 골을 넣을 무렵엔 최고 60%까지 떨어져 5만2천명 정도를 겨우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낮시간에 경기가 열린 스페인전에서는 약 30%정도만 줄었다. 최고 17만명에 달하던 한게임의 동시 접속자수는 한국팀이 첫승을 거두던 지난 4일 9만 4천명대로 떨어졌고 지난 18일 이탈리아전에서는 9만명을 간신히 넘을 정도로 더 추락했다. 그러나 주요 경기가 진행되는 시간 중 동시접속자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경기가 끝나는 즉시 원상회복돼 월드컵으로 인한 손해는 크게 없다고 밝혔다. 넷마블 역시 한국전이 있는 날이면 동시 접속자수가 최소 30% 감소하는 상태다. 심지어 온 국민이 땀을 쥐고 응원하던 대이탈리아전에서는 오후 9시 평균 15만명에 달했던 동시접속자수가 7만명으로 줄었다.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업체관계자들은 한국전을 비롯, 빅 게임이 열리는 시간에 게임 이용률이 떨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그 전후로는 오히려 트래픽이 증가해 전체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월드컵 태풍’으로 지난 수년간 지속돼 온 게임업계의 서열이 완전히 파괴돼 월드컵 이후 게이머들의 대이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월드컵 이후 수혜업체들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 게임업체들의 포스트월드컵을 겨냥한 마케팅이 게임업계의 판도를 크게 바꿀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민의 일상사가 되다시피 한 월드컵이 끝나면 정신적 허탈감으로 일시적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게임평론가 박상우(33)씨는 “태극전사들의 투혼으로 월드컵이 게임보다 더 큰 재미와 감동을 가져다 줬다”며 “당분간 월드컵 휴유증으로 게이머들이 쉽게 게임속으로 빠져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청소년 상담원 박정민 연구원은 “월드컵이라는 몰두대상이 사라지면 아쉬움이 생기면서 정신적으로 공허한 상태가 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월드컵 이후에 현실생활 적응에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월드컵 이후 후유증을 걱정하는 게임업계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결국 게임업체들의 포스트월드컵을 겨냥한 마케팅 여부에 게임업계의 대폭적인 물갈이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발주자들에게는 이번이 회원확보와 인기향상의 큰 기회가 될 전망이다.
현재 포스트월드컵을 겨냥한 마케팅을 가장 크게 준비하고 있는 업체는 한빛소프트. 한빛소프트는 7월 3일 전세계 동시 출시되는 ‘워크래프트3’ 홍보를 위해 이미 수십억원의 마케팅비용을 책정해 놓고 있는 상태. 한빛소프트는 월드컵이 끝나는 직후 바로 총력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송진호 한빛소프트 이사는 “스타크래프트는 10억원 안팎의 마케팅 예산을 잡았지만 워크래프트3는 월드컵과 시기가 겹쳐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예산을 많이 잡았다”고 밝혔다. 한빛소프트는 지하철 3호선 10량과 50개 버스 노선에 워크래프트3 광고를 게재하는 등 월드컵에 쏠린 게이머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물량공세에 나설 예정이다. ||인기 연예인 장나라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월드컵 마케팅에 짭짤한 재미를 본 GV와 CCR도 포스트월드컵을 겨냥한 마케팅에 사활을 걸 계획. 최근 ‘포트리스 2 V.600’ 버전을 선보인 CCR은 월드컵때와 같이 장나라, 핑클 등 연예인을 이용해 게이머들의 마음을 월드컵에서 게임으로 돌려놓겠다는 전략이다. CCR은 7월 초부터 자사의 광고모델인 핑클을 이용해 대대적인 홍보활동에 들어갈 방침이다. 특히 ‘포스트월드컵’ 마케팅은 업계 판도장악을 위해 시작하는 만큼 경쟁업체들보다 앞서 시작한다는 복안.
이외에도 프리스톤테일을 서비스하고 있는 트라이글로우를 비롯해 판타그램, 그라비티 등도 포스트월드컵 마케팅에 관심을 두는 처지. 월드컵이라는 대규모 행사가 게이머들의 대규모 이동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 업체들은 이번기회에 후발주자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겠다는 생각이다. 트라이글로우의 최원제 이사는 “월드컵이 모든 게임업체들을 출발선상으로 옮겨놓았다”며 “후발업체들은 이 시기가 선두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월드컵 선전은 국내 게임업계의 구조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과 함께 게임업체들의 선두권 진입을 위한 ‘동상이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광주 = 유영민 기자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