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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PC방 르포 "밀실, 포르노 상영에 미성년자 출입까지"

  • 이석 프리랜서
  • 입력 2002.06.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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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모씨(48)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인터넷을 통해 성인 PC방 지사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갔다가 소스라치게 놀란 것. 당시 김씨는 파리만 날리던 가게를 처분하려고 마음먹던 터였다. 때문에 ‘고수익 보장’이란 말에 혹해 경희대 입구에 위치한 문제의 PC방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광고를 보고 찾아간 곳은 실망 그 자체였다. 말이 PC방이지 내부를 밀실로 개조해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음란 PC방이었던 것. 가게를 나온 김씨는 “돈도 중요하지만 양심까지 팔아가면서 돈을 벌 생각은 없다”며 “나도 자식을 키우는 사람인데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듯 성인 전용PC방의 영업이 갈수록 노골적으로 흘러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까지 전국에 퍼져있는 성인 전용 PC방의 수는 명확히 알려진 게 없다. 다만 대학로 등을 거점으로 급속히 세를 확산하고 있다는 게 경찰측의 귀띔이다.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요즘 들어 대학로나 신도시를 중심으로 성인 PC방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 조직 자체가 점조직인 데다 워낙 음성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꼬리를 잡기가 어렵다는 것. 제보를 받고 출동해 보면 이미 짐을 꾸리고 튀어버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수사기관의 눈길을 피하기 위한 성인PC방 업주들의 노력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PC방 구석에 밀실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사무실 임대’ 등 허위 간판을 만들어 수사기관으로부터 ‘위장막’을 치는 등 방법도 가지가지다.
울산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는 최근 돈을 받고 손님들에게 음란물을 보여준 성인 PC방 업주 오모씨(33) 등 3명을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PC방에 있는 컴퓨터에 음란사이트에서 다운받은 화장실 몰카나 유명 연예인 음란물 등 보기에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포르노를 시간당 5천원씩 받고 상영했다. ||오씨의 경우는 음란물만을 상영한 경우다. 내부 시설을 불법적으로 개조, 밀실을 만들어 음란물을 상영하는 경우도 있다. 종류도 사람수에 따라 1인실, 2인실, 4인실 등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성인PC방에서는 1.3m 이상의 칸막이를 설치할 수 없는 없다. 때문에 업계일각에서는 “비디오방 악령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울산지방검찰청 특수부는 최근 손님들에게 음란물을 상영한 PC방 업주 이모씨(32)를 음화상영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30여평 규모의 내부 시설을 개조해 16개의 밀실을 만들고 음란물을 상영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이씨가 받은 돈은 시간당 1만원 정도.
검찰 관계자는 “일부 업주들이 편법을 써 나머지가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돈에 눈이먼’ 악덕 업주들이 미성년자마저 공공연히 출입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윤모군(19)은 지난 4일 성인 문화방에 들어갔는데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심지어 신분증 검사도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 윤군은 요즘 “성인 전용 PC방이라 궁금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별거 아니더라”며 친구들에게 무용담(?)을 털어놓기에 정신이 없다.
윤군이 출입한 곳은 광화문 우체국 인근의 성인PC방. ‘성인문화방’이라 불리는 이곳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성인 전용 PC방. 내부로 들어가 보면 우선 입구에 붙은 ‘미성년자 출입금지’ 간판이 눈에 띤다. 40여평 남짓한 매장 내부에는 사람 키만한 칸막이가 둘러져 있다. 칸막이 너머로는 하얀 담배연기가 춤을 추듯 피어오른다. 현재 이곳에서는 시간대별로 6개 업체의 성인방송을 상영하고 있다. 물론 요금은 무료다. PC방 자체적으로 IP(인터넷 주소)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별도로 가입할 필요가 없는 것. 대신 시간당 3천원의 사용료가 부과된다. 일반 PC방에 비해 2배 정도 비싼 편이지만 오히려 반응은 좋은 편이다. ||한편 음란 PC방과의 차별화를 선언하며 본격 성인문화방운영에 뛰어드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성인문화방을 표방하며 시장진출에 들러간 비엠스테이션이 바로 그곳.
비엠스테이션의 이정인(30) 팀장은 “그동안 성인들만을 위한 변변한 PC방조차 없던 게 사실이다. 이제 중년들도 옆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PC방에 들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조만간 충주와 공주, 청주 등 지방중소도시에도 지사를 낼 예정이다.
비엠스테이션측은 문제가 되고 있는 음란 PC방과는 컨셉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성년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성인 PC방 1호점이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지켜보는 눈들이 많다”고 해명했다. 불과 얼마전에도 서울시경과 구청에서 둘러보고 갔다. 이같은 상황에서 무리수를 둬가며 미성년자를 들일 필요가 있겠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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