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안녕하세요.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고 계신데 이렇게 편지를 쓰려니까 너무 어색하네요.
연말이고, 최근 우리 팀 선수들이 너무 못해서 감독님이 고생하시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에 편지를 씁니다.
벌써 감독님하고 인연이 1년을 훌쩍 넘겼네요. 그동안 한 번 정도는 프로리그에서 우승도 하고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했는데 아쉽기만 합니다.
처음에 감독님이 우리 팀에 부임하셨을 때 굉장히 차가운 분 같았어요. (살짝은 무섭기도 했고요.) 그거 아세요? 감독님이 우리 팀 막내 태양이를 너무 예뻐하셔서 태양이 녀석한테 장난치는 형들이 있으면 혼쭐을 내셨잖아요. ㅎㅎ
질투는 아니지만 멋쩍어 하던 형들 얼굴을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나요. 제가 아는 감독님은 인간적이신 것 같아요. 따끔하게 충고할 때는 호랑이 감독님 같다가도 팀원들하고 영화도 보고 장난도 치고 하실 때는 친 형처럼 편하고요.
요즘 자주 패배해서 축 늘어진 우리들에게 ‘다음에 잘 하자’고 등을 두들겨 주실 때는 든든한 아버지같기도 하답니다.
감독님, 1년전 이맘 때 제가 MSL에서 우승했던 것 기억하시죠? 경기 전에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하면 꼭 우승할 수 있다고 충고해 주신 말, 아직도 가슴에 기억하고 있습니다.
새해가 다가오는데 힘찬 출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초심을 잃지 말자’ 잊지 않겠습니다. 1년 동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