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e-sports협회 선수협의회(회장 김은동)는 게임방송사를 상대로 프로게이머들의 초상권 보장을 위한 투쟁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 채 프로게이머 초상권문제는 물밑으로 가라앉는 듯 했다.
새해 들어 선수들의 초상권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투나 SG가 선수들의 초상권을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선 것. 투나 SG는 홍진호, 이윤열 등 투나SG 선수들의 사진을 마음대로 찍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거나 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홍진호의 팬 카페(http://cafe.daum.net/ ghdwlsgh)는 8일 오후부터 공지 사항을 올리고 기존 사진 자료실을 폐쇄했다. 이로 인해 선수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해 포즈를 취하는 일이 금지됐으며 허가 없이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은 개인 소장용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모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엽기사진 공모전 때문에 리그 현장에서는 게이머들의 엽기행각을 포착하려는 게임 팬 파파라치들이 판을 치고 있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투나 SG 측이 초상권 보장을 위해 정면에 나서자 다른 팀들도 선수들의 초상권 보호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 프로게이머들의 초상권이 등한시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디카와 카메라 폰이 대중화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갔다. 프로게이머 사진들이 상업적인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사생활까지도 낱낱이 공개되는 등 피해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예인들의 초상권 문제가 법정으로 이어지는 사례들을 자주 접한다. 그러나 게이머들의 경우는 그 동안 초상권 보장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나 규제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프로게이머들의 초상권도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