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손노리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 지봉철
  • 입력 2002.07.23 18:38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만명 이상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던 유명 게임 개발사인 손노리의 최근 행보가 처량하기 그지없다. 손노리는 최근 캐쥬얼 온라인게임 5종을 넷마블에 지원키로 했다. 넷마블의 수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모회사인 플래너스 엔터테인먼트의 조치다.

손노리가 10년 넘게 지켜온 자존심을 모두 버리다시피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캐쥬얼 게임을 만든다고 해서 자존심을 버렸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인 비약일 수 있으나, 그동안 손노리가 제작해온 게임들을 살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악튜러스’, ‘강철제국’, ‘화이트데이’ 등 손노리는 실험성 높은 작품들을 많이 제작해 왔다.
전략시뮬레이션, 어드벤처, 롤플레잉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 왔고 높은 개발력을 인정받아왔다. 이러한 실험성이 게이머들에게 큰 인기를 끌게 한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손노리의 개발방향은 이러한 모습에서 많이 왜곡된 느낌이다. PC게임이나 비디오게임이 아닌 간단한 웹보드게임을 개발중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을 넷마블에 지원키로 한 점도 그렇다. 넷마블의 하청 개발사로 전락했다는 의미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수익적인 측면에서 넷마블이 손노리보다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모회사인 플래너스 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도 잘되는 업체의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마케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기업이 수익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손노리가 플래너스에 합병된 이유도 수익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노리가 지난 10년 동안 축적한 게임 개발력은 돈을 주고 쉽게 살만한 것이 아니다. 손노리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가치도 게이머들에겐 상당히 크다. 브랜드 이미지와 게임 개발 노하우만 해도 개발사로서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손노리는 현재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2’와 온라인게임을 개발중이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2’ 이후에는 PC게임 개발에 대한 계획이 없다. 불법복제가 판치는 현재 시장에서 PC게임을 만들 여력이 없다는 것이 손노리의 생각이다. 그러나 그 보다는 PC게임 개발이 모회사의 수익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PC게임 개발을 중단하는 큰 이유다. 이것은 손노리의 존재 이유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게임 업계 종사자들이 안타깝게 여기는 부분이다. 손노리는 적어도 PC게임이나 비디오게임 개발부분에서는 큰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단순히 지금 당장 눈앞의 수익 때문에 이런 개발 노하우들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 큰 수익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손노리의 최근 행보가 처량하기 그지없는 이유다.
소탐대실(小貪大失). 작은 것을 탐하다간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