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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

  • 지봉철
  • 입력 2002.06.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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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명 거리응원, 6.10항쟁후 최대인파기업, 초중고 대부분 휴무·단축수업.’
한국의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한-미전이 열리는 운명의 날인 10일 온 국민이 하나되어 `폴란드전 승리에 이어 또한번의 감동을 이뤄내자’는 염원과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었다. 이날 길거리 응원에는 서울시청앞, 광화문 일대에 3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는것을 비롯, 전국 70여곳 응원장소에서 100만명의 시민들이 거리응원전을 펼쳐 지난 87년 6.10 항쟁이후 최대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전국은 15년전 울려퍼진 “호헌 철폐, 독재타도”의 구호 대신 “대∼한민국” “필승 코리아”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공 하나로 전국민을 일희일비하게 만드는 축구라는 게임의 위력이 새삼 위대하게 느껴진다.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힘 그리고 열기.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축구도 승패를 가리는 일종의 ‘게임’이다. 한국팀의 축구경기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은 게임은 무조건 게이머들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팀의 축구경기가 온 국민들을 열광케하는 것은 ‘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보는 즐거움’만큼 게임의 의미를 관통하는 이유는 없다.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나 감독이 아니더라도 선수들의 한동작, 한동작이 다 ‘보는 즐거움’이다. ‘보는 즐거움’ 때문에 승리의 감동은 더욱 크다. 비록 게임에서 지더라도 경기를 보고 있는 동안만큼은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경기에 집중한다. 순간순간 스트레스를 받고 긴장이 되더라도 잠시도 경기에서 한눈을 팔지 못한다. 이것이 게임이다. 온 국민이 축구라는 게임에 빠져있다.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축구경기가 열리는 날엔 접속자 수가 떨어져 울상이 된다.
축구경기가 게임업체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야단이다. PC방도 마찬가지다.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조차도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회사를 무단으로 결근한다. 게임회사는 한국팀의 축구경기가 열리는 날을 임시휴무로 정하고 직원들의 축구경기 관람을 독려한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모두 웃는 표정이다. 이유는 즐겁기 때문이다. 접속자수가 떨어져도 회사를 무단으로 결근해도 PC방의 손님이 없어도 사람들은 즐겁다. 게임의 속성은 바로 이런 즐거움이다. 게이머들은 아이템을 뺏기 위해 상대를 폭행하고 회사는 접속자들을 늘리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골머리를 썩고 개발자들과 경영자들은 서로 자신의 역할에 따라 대립하고 PC방은 줄어드는 손님들 때문에 게임 사용요금을 낮추라고 시위를 벌인다.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사람들이 게임의 속성을 모른다. 즐겁지가 않고 불쾌하다.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 게임개발사도 아니다. 게임개발자는 더더욱 아니다. 게임은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 게임을 게임으로 만드는 것, 이게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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