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전인수격 유통사들의 만행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5.05.09 09:51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직선을 그리며 급성장한 국내 게임 산업이 최근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여기선 죽겠다는 신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또 저기선 감원이다 부도다 힘겨운 모습들만 연일 계속되고 있다. 유저란 이름의 고객들은 타성에 젖듯 무료 게임에 빠져 쉽게 지갑을 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경제가 어려우니 유희로 치부되는 게임 산업이 직격탄을 맞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위 글은 90년대 초반도, IMF 당시의 어려웠던 게임 환경이 아닌 불과 얼마 전까지 장밋빛으로 치부됐던 게임 산업의 현재 모습이다. 지금까지 이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유통사들의 숫자는 이미 손에 꼽을 만큼 줄어들었다. 이들의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야 어디 말로 다 풀 수 있으랴.

그러나 아무리 어렵다할지라도 남의 논의 물을 대 내 논으로 끌어대는 작태를 부려서는 안 되었건만. 아쉽게도 이것이 최근 국내 유통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보여준 한심한 수준이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국내 게임쇼핑몰 관계자들과 친분이 깊은 편이다. 얼마 전 친분이 두터운 쇼핑몰 운영자를 만났다. 그는 “도저히 못해먹겠다”는 탄식에 가까운 말을 인사 대신 내뱉었다. 힘든 현실이니 어쩔 수 없겠냐며 위로의 말을 전하려는 찰나, 그의 답변은 필자의 유추 범위를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그가 어려운 것은 게임쇼핑몰의 판매 부진 때문이 아닌 유통사의 만행에 가까운 행태가 주요 원인이었다. 언제나 현찰 거래만을 종용하는 것이야 어려운 사정이니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반품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식의 모습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안타까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100% 판매되지 않는 만큼 반품은 자연스레 발생한다. 이러한 피해를 게임쇼핑몰에 모두 전가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며 또한 권력을 빙자한 만행이다.

물론 판매량을 정확히 파악한다거나 소량만 주문, 판매한다면 별다른 손실이 발생할 턱이 없다. 그러나 이는 이상일 뿐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보다 많은 수량을 구입해야만 할인율을 받는 관례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판매조차 불분명한 게임들을 무더기로 들여올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라. 할인율을 받지 않을 경우, 불과 2, 3천원 떼기로 쇼핑몰을 유지나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아무리 척박한 환경이고, 내 코가 석자인데 남의 코 돌볼 틈이 있겠냐 말한다 해도 그것은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주 내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반품 거부는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행위일 뿐, 관대함의 잣대로도 용납될 수 없는 부분이다.

국내 시장의 척박함은 어찌 보면 겉으로 드러난 부스럼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작태는 안에서 자라고 있는 암처럼 게임산업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음을 간화해서는 아니 된다. 아니 이를 떠나 오늘 날처럼 게임 산업이 발전하는 데는 분명 한몫 해왔을 게임쇼핑몰을 토사구팽식으로 내몰 수는 없는 일이다.

당장 유통사 스스로가 게임쇼핑몰이란 판매 창구가 사라진 뒤에도 전혀 손실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부메랑처럼 돌아올 손실에 앞서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고객이 봉이 아니듯 게임쇼핑몰 또한 유통사의 봉이 아님을 다시금 되새겨 봐야할 때이다. 지금을 놓친다면 우리는 새로운 판매 창구를 갖추기까지 또다시 엄청난 공을 들여야 할 것임을 인지해야만 한다. 현재도 게임쇼핑몰은 계속해서 쓰러져가고 있다. 이 나마 유지할 것인가, 모두 버릴 것인가. 유통사들의 명쾌한 해답을 듣고 싶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