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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가 남북통일을?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5.05.2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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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기간이 끝난 지 어느새 두 달이 다 되어가고 있다. 그 짧은 기간동안 e스포츠 분야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건 사고들이 생겨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아마 e스포츠를 아끼고 염려하는 사람들은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오늘도 발 벗고 나설 것이다. 그 가운데 장동영 통일부 장관은 e스포츠에 대해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 장관은 지난 e스포츠 협회 제2기 출범식에서 ‘e스포츠 상무팀 추진’ 발언으로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너도 나도 e스포츠에 눈을 돌리고 잠재적인 가능성을 구체화하기 위한 모형을 구상 중이다. 한 예로 문광부 자체 내에서 100억여 원의 자금을 e스포츠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것뿐만 아니라 소수의 정치인들은 ‘e스포츠 발전 모임’을 갖고 정기적으로 발전사항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분명 이러한 움직임에 안 좋은 시각을 가진 여론도 존재하겠지만 그 반대파 여론까지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e스포츠 발전을 위해서 좋은 현상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정 장관의 발언 가운데 또 하나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정 장관은 이 날 발언에서 “올해로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는 것을 기념해 남한과 북한 청소년들이 게임으로 우정을 나누는 ‘남북 청소년 고구려 게임대회’를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언급했었다. 남한과 북한 청소년의 게임대회. 어딘가 그림이 그려질 것 같으면서도 과연 북한 청소년들이 우리 청소년들과 게임을 겨눌 상대가 될 것인지 막막해졌다.

그러나 그 발언이 있은 뒤 약 한 달이 지나 통일부의 후원으로 남북 청소년 ‘고구려 게임대회’를 개최한다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불투명할 것만 같았던 추진건이 현실화된 것에 놀란 관계자들은 부랴부랴 기자간담회 현장으로 달려갔다. 언제, 어디서, 어떤 게임을 가지고 대회를 여는지, 참여의사를 밝힌 북측 관계자는 누구인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이 날 간담회는 KTF에서 개발한 모바일 게임 ‘고구려를 지키자’를 갖고 남한 청소년이 먼저 대회를 갖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필자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참석했던 여러 기자들은 이내 북측과 연관된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북측 청소년이 모바일 게임을 할 수 있습니까?”,“북측 관계자와 이번 건이 얼마나 진척됐는지 궁금합니다.”, “북측…” 등등 이에 대한 조직위는 “진행 중이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답변하기 일쑤였다. 그러자 기자를 사이에선 고개를 갸우뚱하는 식의 분위기로 술렁거렸다. 이에 사회자는 “남북한이 하나 될 수 있는 좋은 행사이므로 비판적인 시각보다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질문해 줄 것”을 황급히 요청했다.

고구려게임대회와 남북한 청소년, 그리고 e스포츠. 간담회가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필자는 내내 이 세 가지를 떠올렸다. 과연 이 세 가지 중에 주체가 되는 것은 무엇인지. 또 무엇을 위해 이 대회가 만들어진 것인지를 말이다. 조직위에서 가정한 대회 날짜는 8?15 광복절이다. 더불어 조직위는 평양에서 대회를 개최할 수도 있다는 계획도 조심스럽게 밝혔다. 그렇다면 사상 처음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공동대회가 될 것이다. 그것도 e스포츠라는 종목을 달고. 결과가 어찌되든 하나는 분명하지 않은가?

모든 원인과 결과엔 ‘e스포츠’라는 꼬리표가 붙게 될 것이라는 것을. e스포츠를 위한 ‘통일’과 ‘통일’을 위한 ‘e스포츠’라는 두 가지 꼬리표 중에 어느 것이 더 희망적인지를 우리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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