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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팔려 나가길 희망한다?’

  • 유양희 기자 y9921@kyunghyang.com
  • 입력 2005.09.1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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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억원대의 벤처갑부’가 탄생하는 순간, 동남아시아에 ‘한류열풍’을 일으켰던 ‘나스닥 상장 한국 개발사’는 사라졌다. 이번엔 그라비티가 일본 소프트뱅크에 팔렸다. 액토즈소프트가 중국 샨다에 넘어 간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일이다. 유감스럽게도 ‘라그나로크’는 일본에서 그리고 ‘미르의 전설’은 당시 중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달렸던 게임들이다. 이들 게임이 중국과 일본 자본에 ‘나란히’ 넘어간 꼴이다. 물론 기업가가 자유 계약에 따라 개인 재산을 처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자유재량’이다. 더불어 그라비티 측이 밝힌 대로, 이번 인수를 통해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해외진출의 역량이 보다 단단해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명백하게 짚어야 한다. 국내 업계는 그라비티 매각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액토즈소프트가 중국 업체로 넘어간 데 이어 그라비티마저 일본 업체로 넘어가며 세계 정상급의 한국 온라인게임 업체의 개발·서비스 노하우가 다름 아닌 ‘경쟁국가에 고스란히 넘어갔다’는 사실 때문이다.

초기 한국 온라인 업체들에게 중국과 일본 시장은 가능성 있는 ‘시장’일 뿐이었지만, 이들은 자본을 토대로 한국 업체들을 ‘먹어버렸다.’ 특히 최근 일본과 미국시장이 한국의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해 갖는 ‘야욕’은 절정에 다다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존 콘솔시장의 대부로 통하는 일본 유력업체들이 이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시장을 본격적으로 준비중이란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 업체들은 벌써 암암리에 국내 개발사들의 정보를 수집해 나가며, 국내 온라인 시장의 노하우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국내 굴지기업에서부터 이름 생소한 신생 개발사까지 ‘훑고’ 지나갔다는 소문도 공공연히 들려온다. 미국의 거대 자본들 역시 지난 상반기에 국내 업체들을 ‘이 잡듯’ 샅샅이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많은 CEO들은 오히려 자사가 ‘팔리기를 희망’ 하는 곳이 상당한 것도 웃지 못할 일이다. 물론 해외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한국의 중견 게임업체들은 해외시장에 독자 진출할 경우, 약한 브랜드 네임 등 위험요인이 많아 현지 업체와의 제휴나 인수 제안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 업체들은 역시 거대 자본을 투입해 한국의 콘텐츠와 노하우를 흡수함으로써 자국사업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문제는 섣불리 생각하는 이 같은 ‘이상점’들이 ‘덫’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섣부른 투자와 매각이 선진국 자본에 한국 게임산업 전체가 종속될 수 있다는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단순한 OEM 국가로의 전락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돈의 의도’를 파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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