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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야청청 게임계를 원하는가’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9.1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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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바다 이야기’를 접했다. ‘바다게이트’로까지 비하되는 바다이야기 사태가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다. 9시 뉴스. 그것도 메인 타임 시간 내내 바다라는 단어가 몇 번이나 등장했는지 셀 수조차 없었다. 바다이야기 사태. 사실 너무 성급했다. 분명 릴 게임 시장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하나, 릴 게임들은 척박한 국내 아케이드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숙제였다. 그런데 유독 릴 게임 관련 업체들만이 고고한 윤리의식으로 무장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 물론 잘했다는, 이것이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릴 게임 역사가 긴 일본이나 선진 국가들만큼 성숙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장 내 코가 석자인데 남의 코 볼 틈이 있겠는가. 정녕 듣고 싶은 말이다. 우리 사회에는 지레 짐작이 만연하고 있다. 무엇 하나를 평가하는 데도 ‘무엇이지?’라는 의문보다 ‘무엇일거야’라는 유추에 길들여져 있다. 일단 이렇게 판단되면 그 인상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릴 게임이라 하여 예외일 수는 없다. “릴 게임은 불법 도박장일 뿐이야. 그러니까 혼 좀 나야 돼”식의 사고방식이 머리 속에 남아있는 한 올바른 릴 게임 시장의 안착은 기대하기 어렵다. “항상 게임 시장이 문제지. 의문의 여지는 없다”

이것이 이번 바다게이트 사건을 통해 보여준 국내 정치인과 언론의 수준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올바른 사회 정화라는 명분 아래 결집된 사회단체와, 사회적인 분위기에 편승한 언론, 게임 산업의 관리 감독에는 뒷전이었던 정부부처들의 진검 승부 속에 ‘목적격’이 돼야할 성인 게임 유저들은 ‘왕따’가 돼버렸다. “릴 게임에 빠지는 성인들이야 뻔하지. 이들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다반사야” 과연 그러할까. 성인들 역시 스스로 놀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곳 하나 ‘바다이야기’ 등 평소 릴 게임을 즐겼던 성인 유저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정식으로 물어보지 않는다.

“이번 바다이야기 사태는 우리 사회를 위한 거야. 너희들을 위한 일이야”라는 말만 오토리버스된 카세트처럼 되풀이할 뿐이다. 어떤 산업이라 할지라도 문제점이 없을 수는 없다. 문제가 크다 하여 혹은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하여 해당 산업을 사장 시킬 수는 없다. 릴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점들로 인해, 릴 게임 자체가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수조원대에 이르는 릴 게임 시장. 시장을 죽이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릴 게임 시장을 지금 수준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니 바다이야기 사태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바라보고 있다.

게임 강국이자, 한류 게임의 발원지인 대한민국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언제까지 게임을 악의 축으로만 대하고, 언제까지 산업 죽이기에만 급급할 것인가. 사실 올바른 게임 사회 구현은 정부와 시민단체, 게임계와 유저가 모두 함께 노력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진정’ 사회 정화와 게임 산업의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해결이 우선시 돼야 한다. 지금처럼 근본을 놓치고 즉흥적인 해결책만 찾는다면 우리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 지리한 논쟁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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