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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언제나 악당?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6.09.1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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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게임개발자와 술잔을 기울였다. 그가 뱉은 첫마디는 ‘요즘 힘들어 죽겠다’였다. 바다이야기 사태 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는 것이 그의 설명. 쪽팔려서 게임 개발한다고 말을 못하겠다는 그의 말에서 애처로움이 묻어났다. 집에서도 계속 그 일을 해야겠냐는 압박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비단 이번 사태만 뿐만이 아니다. 그간 사회적인 이슈를 불렀던 사건에 대해서 게임은 항상 악역을 맡았다. 실제로 ‘김일병 사건’, ‘리니지 계정도용 사건’ 등에서 언론은 마녀사냥으로 몰아갔던 것이 사실이다. 게임전문지 기자로서 비빌 언덕을 찾기 위한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그렇게 죄스러운 일인가, 자신이 개발하는 것이 남에게 부끄러울 만한 일인가.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매번 똑같은 사건에서 게임은 또 철퇴를 맞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모든 사태에 대해서 게임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점은 바로 잡아야한다. 문제는 모든 것을 같이 묶는 것에 있다. ‘게임은 사행성을 조장하니깐, 게임을 하면 안돼’라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대표적인 예다.

다양한 사람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음지가 없을 수 없다. 비단 게임산업뿐만 아니라, 여타 산업에 있어서 음지는 존재한다. 어릴 적 어머님 몰래, 오락실에서 즐기던 게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산업으로 떳떳이 인정받은 게임이 존재하지만, 아직도 인식은 어릴 적 오락실에 국한돼있다. 지난 9월 4일과 5일 양일 간, 제2회 전국장애학생e스포츠 대회가 개최됐다. 장애학생들의 열정적인 모습은 볼 수 있었다. 게임으로 하나되는 모습에서는 감동이 느껴졌다. 게임도 희망을 줄 수 있다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분명 이렇게 게임은 긍정적인 측면을 내포하고있다.

그러나 언론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저 한 줄, 이런 행사가 개최됐다 정도로 기사가 끝이었다. 아마 장애학생이 게임을 하다가 쓰러졌다는 기사가 그들에게는 더욱 흥미거리가 됐을 것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게임에 대한 색안경은 언제쯤이면 없어질까. 희망적인 측면을 바라봐도 세계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미지수인데, 게임의 음지만을 강조한다면 게임산업 자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내 게임산업이 년간 2조원 규모를 돌파했다. 게임을 업으로 하는 인구 역시 수십만에 이른다.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한 게임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대기업들은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이때, 게임이 언제까지 악역만을 맡을 수 는 없다. 게임의 음지는 정화 창구를 늘리면서 고쳐가면 된다. 게임의 폐해 때문에 게임을 없앨 것이 아니라면 산업적인 보호와 정화를 지속적으로 병행해야한다. 비단 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국민모두가 게임에 대한 인식 전환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게임회사에 다닌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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