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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의 게임속으로 41회] 흰 종이와 런던, 그리고 죽음의 기사

  • 네오위즈게임즈 퍼블리싱소싱팀장 김성진 harang@neowiz.com
  • 입력 2009.01.0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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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년(戊子年)을 보내면서 생각나는 건 하나 밖에 없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두 번째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가 판매 시작 24시간 만에 280만장이 팔렸고 한 달이 지나서는 400만장 이상 팔렸다는 뉴스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수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패키지 게임이 아니라 엄연히 온라인이고 MMORPG다. 400만장이라는 것은, 이제 지겨울 때도 됐는데 유저들은 여전히 이 작품에 몰두하고 있고, 인구를 더욱 늘려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말이 쉽지 400만장이라니, 흥행작만을 발매하는 블리자드측에선 어떨지 몰라도 정말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해 전세계 유료가입자가 1,150만명을 돌파했다. 서울시 인구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전체 시민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유료로 가입해 즐기고 있다는 소리다. 부러울 따름이랄까.


이에 비해 리처드 개리엇의 몰락은 안타까움을 넘어 슬프기까지 하다. ‘울티마’ 시리즈로 최초의 RPG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MMORPG의 시작을 알리며 승승장구했던, 북미 롤플레잉 게임업계의 대부이자 살아있는 전설적인 존재로서 모든 개발자들의 태양이었던 그가 ‘탸뷸라라사’의 실패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흰 종이라는 의미를 지닌 게임의 제목처럼 리처드 게리엇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듯하다. 먹고 살기 위해 게임을 만들고 주차장에서 홀로 프로그램을 짜던 과거가 초심의 게리엇으로 되돌려 놓기를 개인적으로 소망해 본다.


2008년에는 빌 로퍼로 대변되는 ‘헬게이트: 런던’의 추락도 기억될 것이다. 타이틀 이름처럼 작품은 지옥의 입구에서 장렬히 전사했고 회사는 망해버렸다. T3엔터테인먼트의 손에 의해 간신히 구원됐으나 부활의 날갯짓은 언제가 될지 요원해 보인다. 그들 개발자들이 블리자드에서 쌓은 명성과 노력을 한순간에 거품으로 만들고 말았으니 온라인게임이란 정말 독배와 다름이 없는 게 아닐까.


아주 오래 전,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 사장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매번 출시 연기를 너무 자주 한다고 생각한다. 유저들과의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닌가.”


“타이틀을 발매하면 항상 성공을 거두는 편이다. 특별한 방법이나 솔루션이 있는가?”
이런 우문에 대해 마이크 모하임 사장은 동일한 대답을 했다. “우리는 전 직원이 재미있다고 할 때까지 수정하고 다시 만듭니다. 재미가 없으면 출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정이 자주 늦죠. 하지만 재미없는 게임을 공개하기 보다는 차라리 보여주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이것이야말로 블리자드와 리처드 개리엇, 빌 로퍼의 차이인 것이다. 재미있는 게임을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는 태도. 평범한 원칙이지만 그 어떤 제작사도 쉽게 이행할 수 없는 약속을 블리자드는 스스로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스타크래프트2’, ‘디아블로3’ 등 마음을 저절로 설레게 만드는 게임이 두 개나 더 있다. 블리자드만 생각하면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돼 나 자신도 모르는 긴 한숨만 나온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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