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그 많던 게임은 누가 다 퍼블리싱 할까

  • 봉성창 기자 wisdomtooth@kyunghyang.com
  • 입력 2009.02.09 09:26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취재를 다니다 보면 경제 불황이니 시장 위축이니 해도 참 다양한 곳에서 많은 게임이 개발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006년부터 대형 게임사에서 빠져나온 중견 개발자들이 저마다 독립해 신생 회사를 차리기 시작하면서 게임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제한된 자본 속에서 오로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보겠다는 일념 하나로(그 게임을 통해 큰돈을 벌겠다는 것은 차후 문제다) 온갖 노력을 다하는 것을 보면, 이들 때문에 대한민국 게임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최근 이들 중소 규모 게임업체 사장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최근 한결같이 하는 말이 바로 마땅한 퍼블리셔가 없다는 것이다. 책을 쓰면 출판사가 필요하고, 음악을 작곡하면 음반회사가 필요하듯이, 게임업계도 어느덧 게임을 만드는 일과 이를 서비스하는 일에 정확한 역할 분담이 이뤄져있다. 그런데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넘쳐나는데 막상 이를 팔아줄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이는 아주 여러 가지 복잡한 요소들이 얽혀져 벌어진 결과다. 우선 수년간 게임산업이 발전해오면서 소위 5대 N사를 비롯한 대형 퍼블리셔 들은 불확실한 퍼블리싱 보다는 자체 개발을 선호하고 있다. 남의 게임을 팔아줄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중소 개발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가능성이 보이는 게임이라 하더라도, 개발사가 서비스 내내 꾸준히 개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면 소위 간만 보고 외면해 버린다.


 반면 중소개발사는 당장 퍼블리싱 계약을 통해 계약금을 받아 조금이라도 숨통을 틔우고 싶어 한다. 이를 통해 어떻게든 계약만 맺어서 게임을 오픈하면 다시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상용화 이후에는 자금이 꾸준히 들어올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핵심개발자 이직과 같은 수많은 돌발 상황이 개발사를 기다리고 있다.


돈이 없는 중소개발사를 믿지 못하는 돈 많은 퍼블리셔들. 그 사이에서 단 한명의 유저도 만나보지 못하고 사생아로 전락해 버린 이들 게임은 그냥 습작처럼 공중으로 사라져 버린다. 아니 수억, 수십억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아 이 얼마나 낭비인가’ 게임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보다 구조적인 해결 방법에 대해 고민할 때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