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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도 게임이다

  • 안일범 기자 nant@kyunghyang.com
  • 입력 2007.01.0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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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해킹’이라고 하면 자연스레 ‘국내 모 은행 해킹 당해 200억 유출’, ‘중국 출신 해커 국내 홈페이지 침공’과 같은 기사들을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은 ‘해킹'에 대해 부정적이다. 반면에 ‘해킹은 게임이다’를 주장하며 즐겁게(?) 해킹을 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그들은 결코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들이 활동하는 곳이 해킹 자유 지역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해킹 자유 지역을 넘는 순간, 해킹은 더 이상 놀이나 게임이 아닌 전쟁으로 돌변한다.

해킹 자유지역
해킹 자유 지역이란, 말 그대로 자유롭게 해킹을 할 수 있는 지역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해킹을 해도 관련 법률의 처벌을 전혀 받지 않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것의 시초는 지난 1999년 보안 전문회사인 ‘해커스랩’의 F.H.Z(Free Hacking Zone)이다. 그들이 ‘자사의 서버를 해킹해 달라’고 공표하고, 접속 주소를 공개한 것. 이후 ‘securityproof’, ‘해커스쿨’과 같은 해킹 자유지역이 열렸고, 수많은 해커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서로간에 뚫고 뚫리는 싸움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것은 암묵적인 동의 하의 경쟁, 즉 게임일 뿐 결코 전쟁이 아니다.

해커? 크래커?
해킹 자유지역의 시스템들은 실제 회사에서 쓰는 전산망과 동일하다. 따라서 언제든 해킹 자유지역의 유저가 마음만 먹으면 실제 인터넷 상의 컴퓨터를 습격할 수 있다. 이것이 이 세계의 양면성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는 것이 ‘해커’의 불문율이지만, 이를 어기는 자 또한 더러 있는 것. 하지만 이 선을 넘기는 자는 더 이상 ‘해커’가 아닌 ‘크래커’로 불린다. 이 ‘크래커’들의 정체가 공개 되는 시점부터 전쟁이 시작된다. 이들은 ‘해커’의 집중 공격을 받고, ‘크래커’들은 그 공격을 다시 방어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한다. 이에 의해 정체가 밝혀진 자는 형사 입건돼 보안 관련법의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크래커’에게 해킹을 가해 피해를 입히는 자가, ‘해커’이다. 이들의 관계는 종이 한장 차이일 뿐이다.

10만 해커 양병설
이런 딜레마는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대부분 개인 컴퓨터를 크래킹하는 수준이지만 나아가 기업을 해킹해 산업 스파이로 활동한다거나, 국가 기밀을 파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다. 차후 전 세계가 전산화되어 네트워크 망이 국가를 지배하는 시대가 왔을 때, 한 단계 더 발전해 상대 국가의 미사일 제어 시스템이나 국가 기반 시설까지 제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가를 공략하는 크래커들과 이를 막고자 하는 해커들의 싸움이 막대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것이 분야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10만 해커양병설은 이러한 맥락에서 진행됐다. 많은 해커들이 있어야 그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 이 같은 주장은 ‘해커스랩’의 폐쇄로 인해 한낱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 정신은 지금까지 해킹 자유지대를 통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어쨌든 그들이 선을 넘지 않는 한, 여전히 그들의 세계는 평화로운 게임의 연속이다. 아직도 그들은 해킹 자유지대에서 그들만의 게임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사이드 스토리] 그들만의 놀이문화
지난 2000년 9월 13일, ‘해커스랩’의 최고 난이도 문제가 풀렸다. ‘해커스랩’의 메인 서버가 해킹된 것. 이를 해낸 것은 코드잭(codejack)과 스쿠터보(scfturbo)라는 두 명의 유저다. 이들은 놀랍게도 ‘심심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해커스랩은 자신들을 해킹해 낸 두 사람의 행보를 홈페이지에 대서 특필했다. 물론 평소 ‘해커스랩’은 회원들의 해킹능력 향상을 위해 자사의 서버를 해킹할 것을 권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떠한 보복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하는 자도, 실행하는 자도 그저 게임을 즐기고 있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해킹 자유지역 내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들 나름대로 룰을 정하고 그에 따른 게임을 즐기는 것, 그저 나쁘게만은 볼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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