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최 웅] 「액토즈소프트」 대표이사

  • 지봉철
  • 입력 2003.12.08 18:56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젠 변해야 삽니다. 4∼50명이 직원으로 있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거든요. 그때는 벤처회사라 할 수 있지만 지금은 분명히 아닙니다. 직원이 200명이 넘는 회사가 제대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즉 시스템이 잘 갖춰진 회사라야 합니다.”

그는 잘 갖춰진 조직만이 경쟁이 심화된 지금과 같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큼 게임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 그가 조직의 시스템화를 내세우는 이유다.

과거의 게임 개발은 몇 명이 모여서 제작하는 가내 수공업 방식이었으나 오늘날에는 100명 이상이 개발에 참여하는 블록버스터형 게임 개발이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 그러나 아직 조직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는 게임개발 방식이 바뀐 만큼 조직도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회사는 조직원들이 창업을 하거나 다른 직장을 얻었을 때도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야할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게임업체들은 아직 그런 인식이 부족해요. 그냥 마구잡이식으로 일을 시키려고만 하니까 전문화가 이뤄질 수 없죠. 개발자들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생각과는 별개로 액토즈소프트 출신이라면 각 분야에서 전문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 사장이 조직 혁신과 함께 신경을 쓰는 것은 1년이상을 끌어 온 위메이드와의 분쟁이다. 샨다와의 로열티 미지급 분쟁으로부터 시작된 액토즈소프트-위메이드의 불협화음은 샨다의 로열티 지급으로 끝날 것 같았지만 최근 위메이드가 액토즈소프트에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또 다시 불씨를 지폈다.

액토즈소프트와 ‘미르의전설 2’의 공동판권을 소유한 위메이드가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로열티 가운데 7백30만달러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서울지방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한 것. 최 사장은 액토즈소프트에서 로열티 분쟁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했다. 그런 그에게 위메이드와의 불화는 항상 짐으로 남아있다.

“액토즈소프트와 위메이드의 불협화음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서 출발한거 같아요. 그 점이 아직도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이해했더라면 지금처럼은 오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위메이드와의 문제는 하루면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서로 마음 터놓고 속시원히 이야기하면 되는데 그걸 못하고 있는 것이 답답할 뿐이죠.”

사실 두 회사의 불화는 비즈니스적인 측면보다 감정적인 부분이 상당히 내재돼 있다. 액토즈소프트가 위메이드를 다시 합병시키려 한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위메이드측을 크게 자극한 것도 그렇고 반대로 액토즈소프트의 창사기념일인 10월 29일 위메이드가 서울지방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한 것도 그렇다. 서로가 자존심의 큰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소주한잔 먹으면서 위메이드와 솔직한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어요. 서로 상처를 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앙금을 이 기회에 모두 털어버리고 새롭게 관계를 맺는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최근 중국의 샨다가 나스닥에 진출하겠다는 발표를 한 것도 최 사장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샨다는 중국의 신흥 게임회사로 액토즈소프트-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 시리즈로 부를 움켜진 회사다.

“샨다가 어떤 회사입니까. ‘미르의 전설’로 일으킨 회사 아닙니까. 그런 회사가 나스닥에 올라간다고 합니다. 사실 그 자리는 위메이드의 몫이죠. 얼마전에 어떤 사장님이 말씀하시데요. 샨다가 나스닥에 갈 것이 아니라 위메이드가 가야하는 것 아니냐구요. 저도 그 생각엔 일정부분 동의합니다. 지금은 양사가 이렇게 싸움을 벌일 게 아니라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액토즈소프트는 현재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A3’외에 내년 상반기에 온라인게임 2종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최 사장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국내 기반을 탄탄히 다져놔야 중국의 합작사업도 탄력을 받기 때문.

최 사장은 최근 담배가 무척 늘었다. 5개비정도 피던 담배가 1갑 이상으로 늘었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담배가 늘면서 좋아하던 운동인 마라톤도 힘들어졌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몇 십킬로는 가뿐히 달렸는데 지금은 몇 킬로 달리는 것도 숨에 벅차다.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이유다. 그러나 액토즈소프트와 국내 게임시장을 돌아보면 저절로 담배를 꺼내 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향후 2∼3년은 액토즈소프트 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시장의 중요한 시기입니다. 전 국내 온라인게임업체들이 자신있게 내세울만한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해요. 인터넷망을 먼저 깐 것이 큰 경쟁력이었죠. 중국, 일본, 미국 등 게임강대국들이 온라인게임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하면 국내 게임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들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도 업계도 2년 뒤를 내다보는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오늘도 그의 손엔 담배가 들려 있다.

사진=유영민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