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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태] 「태울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 김수연
  • 입력 2003.11.2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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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회생활 경험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다면 절대 사업 같은 건 시작도 못했을 겁니다. 아무 것도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기에 무작정 덤볐던 거죠. 하지만 그때의 무모함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게 아닐까요?”

조 사장은 94년도에 카이스트를 졸업한 후 태울을 창업하고 개발자 겸 사업가로 대변신을 시도했다. 패기에 넘치던 그때는 ‘무조건 만들기만 하면 대박이다?’라는 믿음으로 시작했다. 젊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창립 멤버는 7명. 대부분이 낮엔 게임개발을, 밤엔 과외 아르바이트로 근근히 생활해 나갔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툭하면 누수로 전기가 끊어지는 사무실에서 게임을 만들면서도 마냥 신이 났던 때이다.

회사를 설립할 때만해도 온라인 커뮤니티의 수단으로 온라인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조 사장은 회사설립 후 야심차게 기획한 첫 작품이 고스란히 참패를 맛봄으로써 첫 번째 좌절을 경험했다. 세계최초의 인터넷환경 윈도우 기반의 SF 온라인게임 ‘파운데이션(Foundation)’이 그것. 당시 선보인 ‘바람의 나라’가 4메가인데 반해 600메가에 달하는 막중한(?) 용량이 참패의 원인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온라인게임은 무모한 시장이다. 한번 경험해 봤으니 이제 그만 포기하라”고 충고했다. 어린 나이에 겁도 없이 덤벼들더니 ‘그것 봐라’라는 식의 주위 반응이 그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몇 안 되는 직원들 마저 밀린 급여 대신 컴퓨터를 비롯한 회사 집기들을 챙겨 도주했다. 심지어 회사 금고를 털어 달아나 버리기까지 했다. 결국 22살 나이 어린 사장은 싸늘한 사무실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버렸다.

“천장만 바라보고 누워서 하루종일 생각했죠. 포기해 버릴까도 생각해봤는데 이 정도 시련에 포기하기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 사장은 이번 한번만 버텨보자고 마음먹었다. 이보다 더 힘든 좌절과 상실감이 오면 그 때 그만두리라 결심한 것이다.||회사설립을 준비하면서 대출을 받기 위해 수도 없이 드나들었던 은행. 그곳에서 대출금으로 직원이 제시해 준 금액은 30만원. “그땐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누가 공으로 먹는대? 어차피 이자까지 쳐서 갚을 건데 왜 안 빌려 주냐?’고 생각한 거죠.”

우여곡절 끝에 회사를 차렸지만 업무상 만나는 사람들마다 조 사장을 앞에 두고도 “사장은 어디 있냐?”며 사장을 찾기 일쑤였다. 신입 사원들조차 어린 사장을 ‘헛깨비’로 취급했다. 잦은 무단 결근에 제멋대로 회사를 그만 두기도 한 것이다.

무모함의 대가는 혹독했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얻은 건 바로 오기로 똘똘 뭉친 끈질긴 생명력과 도전정신이었다. 첫 게임을 실패한 이후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도 될 때까지 해보자는 오기가 발동해서였다.

97년도에 국내 최초의 멀티 플레이어 온라인게임 ‘영웅문’을, 99년도에는 동양적 가치관을 살린 ‘슬레이어스’를 개발했다. 2001년에는 RPG+액션+시뮬레이션을 종합적으로 구현한 ‘신영웅문’의 상용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저 연령층 유저가 늘어나고 무료게임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추세라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는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조 사장은 애초부터 돈을 벌고자 게임사업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수익구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회사의 생존도 장담할 수 없는 일. 그래서 준비한 프로젝트가 현재 클로즈 베타서비스 중인 ‘시아’와 ‘키린온라인’이다. ‘신영웅문’ 이후 잠잠하던 태울이 소리소문 없이 준비한 두 개의 프로젝트는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다.

“태울이라는 개발사에 대한 이미지가 제품에 영향을 미칠까하는 우려에서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기존 게임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칫 기존 게임들을 포기해 버리는 인식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개발자 출신이라 회사경영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았다. 기술 및 자금을 유치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건 인간관계. 개발자들의 튀는 개성을 감당해 내는 일은 같은 개발자 출신의 CEO로서도 가장 힘든 과제에 속한다.

또한 유저들을 만족시키는 일도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조 사장은 스스로 개발자 마인드를 벗고 철저히 실무용 사장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했다.

조 사장은 개발비를 충당하기 위해 대기업의 SI(system integration,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시스템에 관한 기획에서부터 개발과 구축, 나아가서는 운영까지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 용역을 맡아왔다.

“용역을 따내기 위해 밤새 고스톱을 치며 돈을 잃어주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비위를 맞추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마인드가 지금 고객을 상대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2000년 ‘신영웅문’으로 투자를 받았을 당시 벤처기업 거품론이 일기 시작했다. 고 사장은 게임개발의 산업화가 절실히 필요함을 인식하고 회사 내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을 느꼈다. 우선 불규칙적인 개발자들의 생활리듬을 바꾸기 위해 회사에서는 절대로 밤을 새지 못하도록 했다.

출퇴근 시간을 강화하여 인사평가제를 실시하고 모든 서류를 문서화시키는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온라인게임 시장의 시스템도 가내수공업에서 산업화되어 가는 추세라 회사의 기반이 바로 서지 않으면 경쟁력 있는 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이유로 항간에는 태울이 게임사관학교라는 소문도 나돈다. 게임회사라 하면 가장 먼저 자유분방함을 떠올리게되지만 일찌감치 체계적인 경영방침을 도입함으로서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았기 때문. 그러나 조 사장은 “태울 출신들이 태울의 마인드로 어느 자리에서든 빛을 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게임개발자를 선발할 때 전 직장의 추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되면 직원은 물론 기업의 도덕성도 강조될 테니까요.”
조 사장이 사원을 선발하는 데 있어 가장 강조하는 게 도덕성. 전 직장과 상관없이 언제든 입사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과 전 직장 개발소스를 가지고 오는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탁월해도 절대로 고용하지 않는다.

“직장을 옮기더라도 인수인계 등의 마무리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프리젠테이션이라며 전 직장의 개발 소스들을 자랑스럽게 들고 오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납니다. 아무리 자신이 참여한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그 소스들은 개인의 것이 아닌 회사의 재산이니까요.”

조 사장의 사업철학은 나눔에 대한 즐거움, 즉 ‘공유’다. 이러한 오픈 마인드를 고수하는 만큼 보안에 대한 위험부담도 크다. 일반적인 게임개발사들은 개발기술의 유출이 가장 민감한 사항이다.

그러나 조 사장은 “이러한 과제들은 도덕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며 특히 “어느 회사든 진정한 핵심기술은 개발자들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태울의 목표는 중국시장의 성공적인 진입이다. “중국의 자본력을 끌어들여 현지에 법인을 설립할 예정입니다. 중국시장으로의 진출이 곧 자국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현재 ‘신영웅문’은 중국을 제외하고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로 수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조 사장은 개발자들에게 창의적인 개발환경을 조성해 주고 싶은 게 가장 큰바람이다. “아무리 성공한 대작이라 할지라도 개발자가 100% 만족하는 게임은 분명 없습니다. 다만 개발자들이 욕심껏 게임개발에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어시스트 해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개발자 출신이라 누구보다 개발자들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졸업
+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보통신공학과 석사과정
+ 95 정보통신부 국책과제‘멀티미디어 온라인게임 제작기술 개발’ 과제 책임자
+ 96 정보통신부 지원과제 ‘가상현실 시스템 저작도구 개발’ 과제 책임자
+ 97 산업자원부 지원과제 ‘3D 온라인게임 제작기술 개발’ 과제 책임자

사진 = 유영민 기자 | 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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