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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제]「트라이글로우픽처스」미국 지사장

  • 지봉철
  • 입력 2003.06.2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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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최원제 이사가 중대장시절에 같이 근무했던 중대원이 명함을 건네자마자 던진 첫마디다.

동접 2만 2천명, 누적회원수 300만명을 보유한 프리스톤테일을 서비스하는 트라이글로우 최원제 미국 지사장의 이력은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치고는 특이하다.

학사 장교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군에 입대한 최 이사는 10년 가량 군생활을 하고 대위로 전역했다. 특별히 게임업체와 인연을 맺을 생각은 없었지만 오랫동안 게임을 즐겨온 게임매니아이기도 하다.

워크래프트2와 커맨드앤컨커, 삼국지 등 3~40대 게임매니아들의 추억이 담긴 작품들을 줄줄이 꿰고 있다. 특히 워크래프트2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인터넷과 온라인이 보편화된 지금은 흑백사진만큼이나 오래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당시 배틀넷과 같은 네트웍플레이는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그당시 네트웍플레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컴퓨터 2대를 직접 연결하거나 랜망이 갖춰진 사무실에서 즐기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워크래프트2의 네트웍 게임을 즐기기 위해 매일같이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를 들고 광명과 서울을 오갔다. 지금도 그는 그때가 가장 게임이 재미있었던 시절로 꼽는다. ||“80년말에 게임을 하기 위해 그 당시엔 큰 돈인 150만원을 들여 컴퓨터를 산 기억도 있습니다. 당시 대학교 한학기 등록금이 120만원 정도 하던 때이니 거금인 셈이죠. 그러나 그 당시만해도 제가 게임업계와 관련된 일을 하리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군출신 기업인들의 특징은 ‘위기에 강하다’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버리는 군인정신. 경기 불황, 자금사정 악화 등 경영 환경이 어수선할수록 이들의 도전 정신은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회사가 전시경영이니 비상경영이니 하며 난리를 피울때마다 군출신들은 벌써‘완전무장’의 준비태세로 ‘돌격앞으로!’를 외친다.

최 이사의 게임업계 진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001년에 처음 ‘프리스톤테일’을 개발하고 있던 트라이글로우픽쳐스에 들어간 최 이사는 당시 가장 큰 현안에 맞부딪히게 된다. 계획했던 개발기간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회사가 자금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처음으로 게임업계에 뛰어든 트라이글로우픽쳐스로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게임업계에 조금이라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게임개발이 그리 만만치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정이 뒤로 늦춰지는 것은 허다하다. 최 이사는 전쟁으로 치자면 총알이 머리위로 쏟아지는 ‘최전선’에 긴급 투입된 것이다.||“게임개발이 몇 개월 미뤄지면서 회사는 자금난에 시달렸습니다.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자금난에 시달리는 회사사정을 알게 된거죠. 자금확보를 위해 창투사, 게임업체를 잇따라 만났습니다. 처음이라 게임산업은 잘 모르지만 그냥 몸으로 부딪혔습니다. 다 만든 게임의 수익을 5대 5로 배분하자는 업체를 만났을땐 참 난감하더군요.”

최 이사는 옥션, 한게임, 라이코스 등 대형 포털업체를 비록해 약 1백여개의 업체를 6개월동안 만났다. 한빛소프트, 삼성전자 등 국내 대형 퍼블리셔 업체들은 물론 판타그램, 웹젠 등 동종 개발업체들까지 가리지 않고 만났다.

문전박대는 고사하고 약속조차 잡아주지 않는 게임업체들도 무조건 찾아가 얼굴을 내밀었다. 서서히 게임업체들도 그의 존재를 알아주기 시작했다. 아무런 성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 기간동안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는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아무런 사전지식없이 순전히 몸으로만 부딪혀 게임업계에 대해 배워갔다. 아무것도 모르던 게임산업의 현황들이 이렇게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는 불과 6개월만인 지난해 3월에 50억원가량의 투자유치와 제휴에 성공했다. 한게임과 공동마케팅을 성사시킨 것.

당시 1일 250만 명이 이용하던 한게임과의 제휴는 큰 동맹군을 만난 것과도 같았다. 패배로 기운 전황을 일순간에 바꿔놓은 것이다. 이후 ‘프리스톤테일’은 승승장구를 거듭한다. 회사에 입사한지 만 1년만인 지난해 12월부터 이 게임의 유료화를 시작, 지난 5월엔 10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말까지 약 2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임업계에 입문하게 된건 정말 우연한 기회였던 같은데 지금은 운명처럼 됐습니다. 2001년에 별 고민없이 합류를 결정했으나 온라인게임산업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줄 알았다면 쉽게 결정하진 못했을겁니다. 결과적으로 함께 일하자고 제의한 사장님의 안목이 높았던 것 같습니다.”

최 이사는 대학시절 교내 방송국 활동과 현역장교로 조직생활을 오래해 조직관리가 목표달성에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악명높은 관리자로 때로는 친한 선배의 모습으로 직원들을 관리한다. 그가 생각하는 관리자의 역할은 단 하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쉼없이 직원들을 독려하고 격려하는 것. 특히 한 사람의 낙오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관리자다.

“양쪽을 비교해 본다면 대상은 다르지만 항상 전쟁을 하고 있는건 상당히 유사합니다. 그러나 군은 조직과 목표의 달성에 있어서 상당히 경직성을 가지고 있으나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에 있어서는 상당히 자유스럽고 유연합니다. 즉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죠 , 그런데 업계는 수단이나 과정이 오히려 군조직보다 경직되어 있어 장애가 될때가 많더군요.”||트라이글로우픽쳐스는 ‘프리스톤테일’의 중국수출로 110만달러의 계약금을 받는 등 해외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시장도 진출할 계획이다. 미국시장을 분석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약 2달가량 미국에 머물렀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미국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이 그에게는 도전해볼만한 시장으로 받아들여진다. 남들이 넘지 못했던 산을 넘는 것은 그가 평생 해왔던 일이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을 통상 한국형 온라인게임이라 부르는데 이는 우리 스스로 미국시장진출이 어렵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고 실제로 미국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사례도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는 단순한 언어적인 현지화가 아닌 문화적 현지화가 요구된다는 것이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현지화 전략수립과 한국시장의 확대를 위한 두가지 노력을 병행할 예정인 그는 올 여름이 회사와 자신에게 가장 큰 기로라고 생각한다. 온라인게임에 대한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어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상당히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자리경쟁에서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전쟁의 패한 지휘관은 용서될 수 있어도 경계에서 패한 지휘관은 용서될 수 없다”는 것.

이미 여름방학을 앞두고 ‘프리스톤테일’을 향한 경쟁작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대규모의 업데이트가 이루어집니다. 지금 단계에서 많은 부분을 말씀드릴순 없지만 살짝만 공개한다면 현재도 최고 수준인 그래픽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돼 현존 게임중 최고의 그래픽이 될 예정입니다.”

그는 트라이글로우픽쳐스와 ‘프리스톤테일’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는 올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진정한 지휘자는 위기에 강한 지휘자임을 알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올 여름을 그가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경희대 회계학과 졸.
▪ 트라이힛 마케팅실장.
▪ 현 트라이글로우픽처스 이사, 미국지사장.

사진=유영민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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