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쉘리와 우리나라의 악연은 그가 시드마이어와 결별하고도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역사를 배경으로 지난 97년 출시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가 일본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을 게임내에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술 더 떠 그당시에도 많은 문제가 됐던 일본해의 표기를 게임내의 여과없이 반영해 우리나라 게이머들의 감정을 크게 자극했던 것이다.
“MS가 올 상반기 세계 2위의 게임업체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에이지 오브 킹스’ 등 MS게임들을 성원해 준 한국 게이머들의 공이 컸습니다. 앞으로도 MS는 한국게이머들을 위한 게임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일본에 대한 우호적인 역사관으로 국내 게이머들의 원성을 받았던 브루스 쉘리가 우리나라 게이머들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의 경쟁제품인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를 제치고 대 성공을 거둬 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여러차례 우리나라를 방문하면서 국내 게이머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우리나라의 독특한 역사를 이해하게 됐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임이 ‘에이지 오브 킹스’다. ‘에이지 오브 킹스’ 확장팩에서는 우리나라 게이머들의 요구가 상당부분 반영되기에 이른다.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이 등장하고 이것이 우리나라 대표 캐릭터로 등장하게 됐다.
“이제 한국의 독특한 문화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게 됐습니다. 오래된 역사와 일본과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했고 한국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싹텄습니다. 솔직히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를 제작할 당시에는 한국에 대한 자세한 자료가 사실상 전무했었습니다. 한국의 게임시장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죠.”
그는 이번에 ‘워크래프트3’와 함께 올해 최대의 기대작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를 개발했다.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의 시리즈 게임이다. 완전 풀 3D로 개발된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와는 달리, 고대 신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가 유럽의 사실적인 중세 역사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변신인 셈이다. ||“그동안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가 역사적인 사실을 소재로 개발됐다면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는 그리스, 이집트, 노르웨이 신화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신화를 바탕으로 하다보니 메두사, 히드라 등 신화에 등장하는 각종 가상의 캐릭터와 신이 등장합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와는 또 다른 재미죠. 특히 이번 게임은 3D그래픽으로 제작돼 훨씬 재미있고 화려한 게임이 될 것입니다.”
특히 그는 이번 게임이 지금까지 나온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며 그동안 그의 자존심의 상처를 줬던 블리자드의 최근 출시작 ‘워크래프트3’와의 경쟁에서도 이길 자신이 있음을 강조한다. 그는 우리나라 게이머들의 성향을 게임에 최대한 반영해 제작했다는 점을 들어 국내 게임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 게이머들은 빠른 손놀림을 요하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짧은 시간내에 승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하는 편이죠. 외국 게이머들, 특히 미국 게이머들은 체스를 두듯이 여유롭게 게임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죠. 그러나 이번 게임은 한국 게이머들에 대한 상당한 배려가 있습니다. 바로 광속모드를 포함시킨 것이죠. 이 모드로 플레이할 경우, 게이머들은 기존 게임시간에 약 5배정도 빠른 속도로 게임진행을 할 수 있습니다.”
브루스 쉘리는 또 우리나라 게이머들을 위해 확장팩에서는 우리나라의 단군신화를 도입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보다 친숙하게 국내 게이머들에게 다가서기 위함이다. 현재 한국MS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단군신화에 관한 자료를 수집 중에 있다고 덧붙인다.
“현재 한국의 단군신화를 소개한 책을 입수해 충분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참 재미있는 신화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으로 표현되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아직까지는 확실히 대답할 순 없지만, 한국의 게이머들이 좋아할 만한 설정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그는 우리나라의 게임시장을 상당히 중요한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충분히 배려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그의 게임들의 행적을 살펴보면 국내 게임시장의 성장이 전세계 게임업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 국내 게임시장의 급성장은 전세계 게임개발자들에게도 상당히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국내 게이머들의 성향은 세계 게임업계의 주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MS가 게임시장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게임분야에서 상당한 입지를 차지한 한국시장에 대한 마케팅이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이는 비단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올 신제품에도 적용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 브루스 쉘리. 앞으로 나올 그의 역사게임들에선 우리나라가 세계 역사의 주변국이 아닌 중심국에 서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