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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혁] 넷마블 사장 - "트렌드를 읽으면 마케팅이 보인다"

  • 지봉철
  • 입력 2002.05.17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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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년전만해도 넷마블에서 할 수 있는 마케팅은 거의 없었습니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돈을 적게 들이고도 효과적으로 회원을 확보할 만한 마케팅 아이디어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방 사장은 또 넷마블을 '배너광고 없는 사이트'로 만들었다. 배너광고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는 게이머들에게 편안한 사용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훨씬 큰 이익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회원이 9백만이 될 동안 방 사장은 월 수천만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배너광고를 과감히 거절했다. 게이머들이 넷마블에 몰리게 된 것은 당연한 일. 다른 웹보드게임 사이트보다 넷마블이 사용환경이 더 쾌적했기 때문이다. 비슷비슷한 게임을 서비스하는 웹보드게임 사이트에의 경쟁력은 게이머들의 '충성도'라는 것을 방 사장은 사업초기부터 생각했던 것이다. 현재는 회원수가 무려 1천2백만명에 달한다. 방 사장 스스로도 넷마블의 경쟁력을 빠른 회선 속도와 깔끔한 인터페이스, 쉽게 게임을 할 수 있는 편이성 등으로 분석한다.
"매출이나 수익에 크게 연연했다면 지금의 넷마블은 있지 않았을 겁니다. 배가 고프다고 익지도 않은 밥을 먹을 순 없었으니까요. 앞으로도 이같은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넷마블은 최근 국내 게임업계에 떠오르는 '다크호스'로 불리운다. 최근 발표한 매출실적도 그렇지만 회사의 성장속도가 놀랄만큼 빠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 사장은 이러한 성장에 대해 매우 단호하다.
"스스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야말로 경영자가 가장 경계해야할 시점이죠. 주위에선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넷마블은 아직 갈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넷마블의 시작인 셈이죠."||방 사장은 아직도 회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심지어 회사 사무실에서 신문을 깔고 잠을 자기도 한다. 보다못한 직원이 어느날 사장실에 이불과 야전침대를 갖다놓았다. 왠 청승이냐고 타박을 듣기도 하지만 방 사장은 이런 생활에 익숙하다. 회사 사장이라고 해서 평직원들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에 회사설립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사무실에서 개발자들과 동거동락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장실에 있는 야전침대는 방 사장의 벤처정신의 상징물처럼 여겨진다.
"사업은 궁극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특정인에게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개발자들이나 사장이나 똑같이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사장이라고 해서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방 사장은 회사가 어려웠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탈자 없이 회사에 남아 함께 고생하고 있는 직원들이 넷마블의 가장 큰 재산이라고 말한다.

방 사장이 처음 사업에 손을 댄 것은 98년. 영화를 좋아했던 것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성화돼지 않았던 시기에 방 사장은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5명의 동업자들을 모아 '시네파크'를 오픈했다. 사용자들로부터의 반응은 상당히 좋았으나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사업을 접었다. 모뎀이 주를 이뤘던 당시에 돈을 주고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겠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에 방 사장은 위성 인터넷 사업에 뛰어든다. 아이링크 커뮤니케이션에서 '아이시네' 사이트을 오픈하고 '스카이 시네'라는 위성방송을 준비했으나 벤처거품이 거치면서 결국 자금난으로 중도에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두차례에 걸친 사업실패는 방 사장에게 큰 교훈을 줬다. 벤처기업이 가야할 방향을 깨달았던 것.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 컨텐츠 소유권이 없는 사업,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사업은 벤처기업들에게는 상당히 위험한 사업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조건들을 역으로 생각해 보니 사업거리가 눈에 보이더군요. 바로 게임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아이팝소프트에서 근무했던 개발자들을 모아 게임 개발사를 설립했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넷마블이다.||넷마블은 당시 고스톱으로 대표되던 웹보드 게임시장에 청소년층을 겨냥한 다양한 게임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여성과 10대 청소년층을 겨냥한 웹보드 게임 사업이 수익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방 사장은 묵묵히 10대 청소년과 여성층을 파고들었다. 경쟁업체인 한게임이 넥타이부대를 앞세워 월 1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과는 전혀 상반된 선택이었던 셈이다. 언론을 비롯, 많은 관계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수익이 전혀 보이지 않는 업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선발업체인 한게임을 넷마블이 똑같은 방식으로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당시 선두업체인 한게임과 넷마블은 하늘과 땅 차이였죠. 이 차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그 무엇인가가 필요했습니다."

넷마블이 준비했던 것은 청소년층이 주를 이루고 있는 온라인 게임의 웹퍼블리싱. 지난해 중순부터 기획하고 올 초부터 시작한 온라인게임 웹퍼블리싱 사업은 넷마블을 게임업계의 신데렐라로 만들었다. 고스톱, 테트리스 등에 유료서비스를 도입한 한게임과 달리 게임 자체에 대해선 유료화하지 않는 대신 1천2백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바탕으로 한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사업이 초반부터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웹퍼블리싱의 첫 번째 작품인 '라그하임'은 월 4억원 가량을 벌어들이는 대 성공을 거뒀다. 성인층이 많은 한게임과 달리 넷마블 이용자는 청소년과 여성층이 약 40%에 달해 온라인게임 배급에 유리한 면이 있었기 때문. 방 사장의 판단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넷마블이 온라인게임 배급 시장에 있어선 한게임을 제쳤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근엔 노바1492와 캐치마인드로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현재는 넷마블이 게임포탈에서 커뮤니티포탈로 넘어가고 있는 시점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물론 엔터테인먼트포탈로 넘어가는 거죠."||방 사장의 도전은 로커스홀딩스(이하 로커스)와의 합병에서도 잘 나타난다. 넷마블은 지난해 12월 로커스로부터 지분교환방식으로 51억원을 받고 계열사로 편입했다. 방 사장의 목표인 엔터테인먼트포탈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연예,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12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로커스야말로 넷마블의 목적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 여기에 국내 최고의 PC게임 개발사로 알려진 로커스홀딩스 게임사업본부 손노리가 넷마블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낼 경우, 넷마블의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넷마블은 시네마서비스와 함께 로커스의 주요계열사로 평가받고 있어 로커스 계열사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손노리 게임들에 대해서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손노리가 보유한 개발력과 컨텐츠는 국내 최고 수준이고 손노리의 컨텐츠가 넷마블과 결합할 경우, 손노리는 물론 넷마블은 엄청난 상승효과를 볼 것입니다. 이미 손노리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넷마블은 4월초부터 본격적으로 유료서비스에 나선 아바타 서비스와 온라인 웹퍼블리싱 사업으로 연말까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할 방침이다. 특히 웹퍼블리싱 사업에 주력할 예정. 방 사장은 이미 잘 알려진 인기 있는 게임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을 키우는 것에 더 주력한다는 생각이다.

"얼마전 한 개발사에서 유명한 게임을 붙여달라고 찾아왔습니다. 거절했죠. 좋은 게임을 왜 안 받아 주냐고 하더군요. 시장에서 이미 인정한 게임은 앞으로도 거절할 생각입니다. 그것이 퍼블리싱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별화된 게임을 선택해 키워줄 계획입니다."

넷마블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하는 방 사장. 그는 올해 처음 매출을 기록한 만큼 앞으로도 처음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사업을 이끌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가 있기에 넷마블의 발전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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