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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M 김형석 대표이사] “한국의 e스포츠 WCG로 수출하겠다”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6.08.0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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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명을 알게 되었다.’ 지천명(知天命). 흔히 공자가 쓴 <논어>를 살펴보면 나이 50세에 이른 성인을 두고 ‘지천명’이라 일컫는다. 그만큼 사물을 널리 보는 눈과 사리분별을 할 줄 하는 객관성이 생기는 시기. 인터내셔널 사이버 마케팅(이하 ICM)의 김형석 이사 역시 올해 나이 쉰이다. 지난 6월 초, 김 이사는 ‘젊은 스포츠’라 일컫는 e스포츠에 발을 내디뎠다. 세계최대 규모의 게임 대회인 월드사이버게임즈(이하 WCG)의 주관사 ICM의 새로운 수장으로 김형석 이사가 선임됐다. e스포츠를 이해하기 힘든 세대, 일반인들조차 젊은이들만의 문화라고 여겨지기 쉬운 이 곳에 ‘당당하게’, 그리고 ‘선뜻’ 몸을 담근 이유에 대해 김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익사이팅(exciting)한 오스피스 분위기에 반했어요. 그동안 쌓아왔던 노하우나 경력을 ICM에 모두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힘이 솟구칩니다.” 부임한 지 약 두 달, 지천명의 나이에 접어든 김형석 이사의 눈빛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이제껏 하드웨어와 같은 유형의 가치를 팔았다면 WCG는 그 값을 정확히 매길 수 없는 무형의 가치입니다. ICM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무궁무진하죠"

‘발로 뛰는’ 삼성 맨, 글로벌 마케팅 ‘자신있다’
김 이사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국내 대표 ‘마케터’이다. 22년 동안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면서 수출관련 해외 마케팅에 일조한 ‘삼성맨’이기도 하다. 실제로 부임하기 직전까지 삼성전자 A/V사업부 미주 마케팅 그룹장을 지내면서 국내보다 해외에 오래 머물렀던 김 이사의 실적은 화려하다 못해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온다. 입사 초창기, 김 이사가 일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곳이 마케팅 부서가 아닌 인사팀이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은 더 커졌다. “어렸을 적부터 어른들 말씀에 사람은 큰물에서 놀아야 된다는 생각을 늘 머릿속에 지니고 있었어요. 입사한 뒤 약 7년 동안 비서실에서 근무했었지만 수출관련 업무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컸죠.”

김 이사가 부서를 옮기게 됐을 당시 삼성은 전자반도체 업계의 부흥으로 해외 마케팅 관련 신입사원을 등용하던 시기였다. 인사관리가 철저하기로 잘 알려진 삼성 측에서 먼저 김 이사의 직무을 마케팅 부서로 변경하는 파격을 감행했다. “오랜 기간 동안 회장 비서실을 통해 고직급자들을 대면한 경험과 새로운 시각을 가진 참신한 인물이 회사에서는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직책이 맡겨지는 순간 ‘수출만이 살 길이다’라는 문구가 제 신조가 됐죠.” 이 때부터 김 이사의 행보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성취감에 따른 도전 욕구가 나날이 불어났다. 마침내 호주에 정보통신 담당 주재원으로 머물던 1998년, 김 이사는 ‘대박’을 터뜨렸다.

국내 단말기 시장 처음으로 CDMA장비를 선진국에 수출한 것. 이는 3억불이라는 사상최대규모인 것은 물론 선진국인 호주에서 국내 기술을 인정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당시 루슨트, 모토로라, 노르텔 등 세계적인 통신업체들을 제치고 6개월간에 치열한 수주경쟁 끝에 승리한 장본인이 바로 김형석 이사였다. 이같은 성과에 대해 그 역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허치슨 사에서 약속을 다섯 차례 이상 번복했지만 결코 포기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한 번의 만남으로 상대의 마음을 읽기만 하면 반드시 얻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죠. 마케팅이란 상대의 마음을 빨리 읽고 대응할 수 있어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WCG, e스포츠의 ‘황금시장’으로 만들어 낼 것
김 이사의 집무실에는 각종 게임기가 즐비하다. X-box와 같은 휴대용 게임기는 물론이고 개인용 노트북에는 스타크래프트를 설치해 사내 직원으로부터 열심히 개인교습 중이라고 김이사는 전했다. 최근 e스포츠 기업팀 창단으로 사내 고위급 인사들이 대부분 ‘게임보는 법’을 배우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김 이사 역시 ICM을 맡기 전까지만 해도 아들이 게임에 몰입하는 것에 대해 염려하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e스포츠와 게임산업이 이렇게 상향사업으로 발전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곳 직책을 맡게 되자 ‘뭘 알고 하는 것이냐’하는 걱정스런 시선이었죠. 모르면 알 때까지 배우면 됩니다.

다만 마케팅을 해본 경험적인 측면에 비춘다면 e스포츠는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점은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이는 ICM에 부임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자 자신의 임무이기도 하다고 김 이사는 설명했다. 즉, WCG라는 세계적인 게임 대회를 운영해 나가면서 쏟아지는 시각적인 효과와 현상들을 수렴, 최대한의 이윤창출을 얻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쉽게 이뤄낼 수 없는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김 이사는 알고 있다. “이제껏 하드웨어와 같은 유형의 가치를 팔았다면 WCG는 그 값을 정확히 매길 수 없는 무형의 가치입니다. ICM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그 값이 무궁무진하게 올라가는 것이죠.”

현재 ICM은 WCG의 가치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매해 대회를 운영하면서 스폰서 업체가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 이는 메인스폰서였던 삼성전자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WCG가 삼성이라는 대기업의 후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이는 투자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WCG가 투자자들의 마케팅 툴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각 스폰서의 대우가 필요한 것이죠. 삼성의 근본적인 목표는 WCG를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국내 주최의 공인력 있는 세계대회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ICM의 최대 숙원사업이기도 하죠.”

ICM, 글로벌 마케팅의 ‘효자손’
ICM은 벌써 2007년 WCG 호스트시티를 미국으로 선정한 것은 물론 8월부터 본격적으로 차기 시즌에 대한 해외 스폰서 영입 작업에 들어간다. 발 빠른 움직임이 모든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김 이사의 신념 때문. WCG에 대한 해외 인지도를 빨리 파악하기 위해 출장만 부임 이후 서너 차례 다녀왔다. 이 가운데 오는 10월 18일 WCG2006 그랜드 파이널이 열리는 이탈리아 몬자로 시티를 방문한 김 이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현지 예선 대회에만 1천여 명이 넘는 게이머가 참가하고 시상식에 올라 메달을 목에 건 입상자가 자국 국가를 부르는 모습이 마치 올림픽을 보는 듯 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회의 인지도가 그만큼 올라갔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장면을 보면서 김 이사는 놀라움과 함께 도전의식까지 고취됐다고 설명했다. “e스포츠는 온라인 네트워크로 전세계인을 하나로 집결시킬 수 있는 최대 장점이 있습니다. 게이머에겐 참여 공간이 넓고 서로간의 교류가 쉽죠. WCG는 이 같은 장점을 살린 ‘친선과 화합의 축제’입니다.” 이에 따라 WCG에 참가하는 각 국의 참여율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2008년도 호스트시티에 참가하기 위한 후보 도시들의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ICM에게는 세계 각국의 호응으로 인해 즐거운 비명이 흘러나와야 할 상황.

하지만 김 이사는 ‘함박웃음’을 짓기엔 아직 이르다고 털어놨다. “참여국의 증가를 WCG의 발전으로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언젠간 참가국의 IT인프라나 금전적인 지원 등이 한계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한 개선책은 대회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입니다. 대회 상금 확대, 국가 대표 선수에 대한 스타마케팅, 종목의 확대 등이 그것이죠.” 김 이사의 집무실 한 쪽 벽엔 커다란 세계지도가 걸려있다. 빼곡한 나라와 도시 수만큼 WCG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서 세계 각국에 WCG와 태극기를 함께 꽂을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ICM이 애국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겠습니다.”

사진=김은진 기자 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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