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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박관호 대표이사] 거북이의 꿈, ‘창천’으로 이뤄낼 터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6.09.1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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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만성. 큰 그릇은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말로,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끊임없이 정진하는 사람은 결국 빛을 보게된다는 삶의 명언으로 아직까지 많은 이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이런 대기만성형 인물을 원하지 않는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발빠르게 움직이며 치고 빠지는 때를 정확히 아는 약삭빠른 타입이 성공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게임업계도 다르지 않다. 유저들이 원하는 트렌드를 좇아 게임을 기획, 가능하면 때를 놓치지않고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 현주소다.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면서 시장을 리드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이하 위메이드) 박관호 대표의 움직임은 너무 느렸다. ‘미르의전설’ 시리즈 이후, 후속작을 발표해야한다는 주변의 우려에도 그는 태평했다. 오히려 ‘빨리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호통 쳤다. 완성도 있는 게임개발이 곧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다는 그의 의지는 어떤 풍파에도 꺾이지 않았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창천’을 들고 그가 돌아왔다. ‘대기만성’이라는 한마디에 국내는 물론 세계 게임업계가 그를 주목하고 있다.

한류스타 박관호? 게임개발자 박관호!
사실 박관호 대표는 국내 보다 중국에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2002년 ‘미르의전설’이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한류게임의 물고를 텄던 장본인이 바로 박대표다. 지난 ‘차이나조이2006’에 그를 보기 위해 수많은 중국유저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4년이 지난 지금도 한류스타 부럽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 “글쎄요. 인기를 실감하긴 합니다. 그렇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아직도 한국에서 작은 개발사를 꾸려가고 있는 평범한 개발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중국 온라인 게임계의 스타라는 말이 그는 아직도 어색하다.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 큰 박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그저 감사할 뿐이란다. “비법이요? 게임이 잘 만들어져서 아닐까요(웃음). 가끔씩 이런 질문들을 하시는데, 그냥 열심히 게임만 개발했을 뿐입니다.” 중국 시장 성공 비법에 대해서 그저 웃음으로 답했던 그. “트렌드니 성향이니, 이런 것들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는 편입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괴물의 성공 요인은?’이라는 질문의 답을 읽어봤습니다. 제가 보기엔 전문가들이나 기자들의 끼워 맞춘 답안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게임개발이 업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게임개발을 하는 것 이외에 어떤 성공 노하우도 듣지 못했다.

확실한 것은 그는 완벽한 게임개발쟁이라는 것이었다. 중국 시장 성공 분석보다는 어떻게 게임을 개발해야하는가가 그에게는 더 중요했다. “게임은 벤치마킹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극소수의 게임들이 벤치마킹을 통해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개발자 출신 CEO답게 그의 게임 개발 철학은 확고했다. 좋은 게임이 있으면 언제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이 그를 지탱하고 있었다.

제대로된 삼국지 ‘창천’으로 도약
그런 그의 의지로 태어난 게임이 바로 ‘창천’이다. 비디오게임의 화려함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접목시킨 게임으로 공개 이전부터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미 국제적인 게임쇼에서도 그 인기를 확인했고 오는 9월 20일, 클로즈드베타 테스트(이하 클베)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솔직히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이번 클베에서 전투 부분을 집중적으로 체크할 예정입니다.” ‘창천’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캐릭터의 액션장면. ‘비디오게임보다 더 화려하게 만들어라’는 그의 말에 개발자들은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만족 못한다고 말한다. “제 판단이 게임의 완성도를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제 눈에 만족하지 못하는 게임이 유저들의 눈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는 한 회사의 대표보다 아직도 개발자라는 직함이 더 어울려 보였다. 비단 게임개발을 오래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게임을 누구보다 사랑하기에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큰 스케일만을 목표로 했다면 아마 절대 만들지 못했을 게임이 바로 ‘창천’입니다. 액션프레임만 수십 번을 고쳤고 동작은 수백 번 이상 수정을 했습니다. 게임 개발은 노력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이런 그의 의지가 유저들에게까지 전달될 지는 미지수.

“역시 최종 판단은 유저들이 내리겠죠. 아무리 열심히 고생해서 개발해도 유저들의 눈에 맞지 않는다면 실패한 게임이겠죠.” 시장에 출시했을 때, 성패는 유저들의 몫이다. 아무리 잘 만든 게임도 유저들이 손을 들어주지 못하면 사장되는 것이 국내 게임 시장의 현주소다.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 그 다음은 하늘에 맡겨야지 않을까요. 후회는 없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창천’을 개발한 것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개발자들은 고생했지만요(웃음).” ‘창천’은 액션으로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컨텐츠로 승부를 본다는 전략을 기획중이다. 이후에 업데이트에서 중국 대륙을 거점으로 한 전쟁 및 다양한 퀘스트를 중심으로 방대한 서사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거북이의 꿈 실현
박대표는 자신을 거북이라고 말한다. “빨리 움진인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목표가 확실하다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상장에 대해서도 그는 담담했다. “2004년도쯤, 코스닥 상장에 대해서 주변에서 말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미르의 전설’ 시리즈가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연일 동시접속자수를 갱신하고 있을 때, 빨리 상장을 해야한다고 주변에서 압력을 넣었지만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상장을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결론은 돈이더군요. 돈 때문에 위메이드를 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상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발에 이외에 다른 사업에도 한눈 팔지 않았다.

성공한 대부분의 개발사들은 퍼블리셔로 변신, 여러 게임들을 런칭하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개발사로 남고 싶었습니다. 게임을 개발해서 시장에 내놓고 그것을 타인에게 희열을 뺏기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좀더 정확하겠네요. 그렇다고 너무 고지식하게 지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주 좋은 게임이 있다면 퍼블리싱 정도는 할 계획입니다. 물론, 아주 좋은 게임이라는 전제가 강하게 붙겠죠(웃음).” 게임포털로의 확장이나 상장에 대해서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퍼블리싱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고수했다. “2006년도 하반기는 ‘창천’에 올인 할 생각입니다. 스테이지 액션RPG ‘청인’이 준비중인데, 하반기에 확실히 선을 보일지는 미지수입니다.”

하반기 ‘창천’과 ‘청인’ 출시 후 2007년 ‘카일라스’와 ‘네드’를 선보이면서 국내대표 게임개발사로 확고하게 입지를 굳힌다는 것이 현재 위메이드의 목표. “느리지만 확실히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습니다. 정점에 오르면 언젠가 속도를 낼 날이 있겠죠. 한 10년이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현실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토끼와 거북이’ 이솝우화. 그는 어쩌면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거북이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 국내 게임 산업은 묵묵하게 정진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풍토로 바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진=김은진 기자 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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