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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화에 신바람 난 로컬 전문가 송두리씨 “최고의 한글화 수준 선보일 터”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4.0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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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수년 전. 불법 복제와 더불어 국내 게임계의 발목을 잡았던 최대 복병은 다름 아닌 한글화 타이틀의 부재였다. 하지만 모든 게임사가 시장성을 들어 원어만을 고집한 것은 아니다.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던 처녀작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한글화를 단행, 한글화 수준을 한 차원 높인 코에이코리아의 송두리 대리를 만나, 한글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글화는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죠.” 텍스트 번역 등 초안을 작성하는 것과 감수가 그의 전문분야다. 직접 게임 내 한글화 작업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글화에 있어 그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 로컬 작업만큼 첫 단추가 중요한 분야도 드문 까닭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 번역이라면 모르되, 한글화를 뛰어넘는 한국화의 첫발은 ‘제대로 된’ 의역에 있기 때문. 자칫 이러한 기초 공사가 적절하지 않을 경우, 문맥에 맞지 않거나, 도통 의미를 알 수 없는 한글화 타이틀로 선보이게 됨은 구태여 말할 필요조차 없을 터.

“하나의 타이틀이 한글화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수십번에 달하는 검토 단계가 필요하죠. 초안을 완성한 뒤, 일본 본사에 상주해있는 국내 로컬팀과 일본 본사 제작진에게 전달하거든요. 이 분들이 한글화에 참여하시고요. 이후 검토를 위해 저희 쪽으로 1차 한글화 버전이 들어옵니다. 감수를 통한 수정 작업과 제 2차, 3차 한글화 결과물이 계속해서 반복되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더욱 오랜 기간이 필요하지만, 발매 이후 오랜 시일이 소요될 경우 경쟁력에서 힘을 잃거든요. 진땀을 빼는 시간과의 싸움이 눈앞에 펼쳐질 때의 짜릿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최근에 발매된 ‘진삼국무쌍4 스페셜’에 이르기까지 코에이 대표 주자들의 한글화에 참여했던 송두리 대리. 이제는 이 분야 베테랑이라고 불릴 만도 하건만, 아직도 매번 적지 않은 어려움에 봉착한다고. “문화의 차이가 커요. 역사적인 관점도 마찬가지고요. 적합하면서도, 명쾌하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단어를 찾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특히나 저희가 국내 유통하는 게임들은 모두 완성형이 아닌 조합형이거든요. 그렇다보니 받침까지도 일일이 신경 쓸 수밖에요.”

잘해도 티가 안 날뿐더러, 자칫 한글화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져야만 하는 쉽지 않은 외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대리는 한글화의 무게를 벗어날 일탈을 꿈꾸지 않는다. 오히려 즐긴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 “예전부터 게임을 좋아했죠. 아마도 제가 게임사에 입사할 무렵 프로게이머가 존재했다면, 그 쪽 방면으로 선회했을지도 모르겠네요(웃음).” 그의 말이 이어진다. “게임에 대한 정보 접근에 용이할뿐더러, 공짜로 게임을 즐길 수 있잖아요. 이뿐인가요. 제가 작업에 참여한 게임들이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평가를 받게 되는데, 상당수 좋은 평가를 얻더라고요. 이 맛이 끝내주죠. 더 잘해야 하는 책임감으로 돌아오긴 하지만, 또 그만큼 무게로 돌아오는 뿌듯함은 마약과도 같아요(웃음). 뿌리칠 수 없죠.”

제작비용 등에 의해 한글화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최근의 게임 산업. 그 와중에서 이 처럼 한글화에 몰두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쁜 일이라며 또다시 모니터를 힐끔 쳐다보는 송두리 대리. 그 사이 의역을 위해 며칠 째 찾아 헤매던 적절한 단어가 떠오른 모양이다. 그가 이제 곧 선보일 ‘삼국지11’편의 한글화는 또 한번 국내 한글화 수준을, 나아가 국내 게임 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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