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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교육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경향게임스
  • 입력 2004.01.0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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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 있는 물은 썩는다.’ 어떤 산업이건 그 산업이 활성화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그 업계에 새롭고 우수한 두뇌들의 유입이 활발해야 한다. 새로운 인재들의 유입 없이 새로운 산업 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이미 다들 주지하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또한 업계에 들어온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재교육 시스템이 갖춰져야 함은 물론, 인재들에게 응당한 대가가 주어져야 함도 당연하다. 비단 게임업계 뿐이 아닌 모든 영역에 있어서도 너무나 당연하고 두 번 하면 ‘입 아픈’ 이야기다.

하지만 이 당연한 원리들을 현재의 게임업계에 대응시켜 보면 어떨까? 처음 게임 제작이 우리나라에서 태동되기 시작했을 무렵. 작은 규모의 팀들은 게임 제작을 배운 경험은 커녕 참조할 만한 국내 관련서적이 있지도 않았다. 단지 초기의 뜨거운 열정 하나로 나머지 부분을 상쇄시키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런 시절을 거쳐 한국 게임산업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지금은 게임이라는 것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매김을 할 만큼 그 규모도 커졌고 단일 프로젝트의 규모 또한 예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어마어마해졌다. 당연히 이에 따르는 구현돼야 할 기술들도 방대해졌다. 이미 게임 업계에 몇 년씩 몸담아 왔다는 사람들도 새로 나온 기술들을 보고 당황해하는 것은 물론, 새롭게 공부를 시작해야 될 정도로 기술의 발전 속도 또한 놀랍게 빨라졌다.

다행히 국내에는 여러 곳의 대학에서 게임학과 및 관련학과를 설립해 새로운 인재들이 쉽게 게임업계로 들어 올 수 있는 관문을 마련해 주고 있다. 게임이 과연 최고 학부에서 배울만한 학문적 가치가 있냐는 일각의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산업적 규모와, 게임 자체에서 구현해야 될 세계관과 가치관, 기술력들이 이미 수많은 학문들의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게임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들의 실력이 날로 유능한 ‘게임인’이 돼 가는 모습에 흐뭇함을 느낄 때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흐뭇함만큼 이면에는 아직 갈 길이 무척 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학교에서 배운 실용적인 학문으로써의 게임은 업계에 들어오면 거의 쓸모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다만 각종 기본툴을 어느 정도 익히고 온 정도에 만족할 뿐이라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

물론 소수의 희생적이고 훌륭하신 분들께서 학생들의 교육에 온 정열을 쏟고 계시지만, 문제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산업의 규모를 따를 수 있는 체계화되고, 검증된 교육 시스템이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학교법인은 커리큘럼조차 갖추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상태에서, 교수 인력확보에도 애를 먹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단지 신입생 선발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이유로 게임과를 개설하고, 한편 업계는 게임과를 졸업해봐야 특별히 잘난 부분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경력자 위주의 채용 행태를 유지한다. 또 정부 및 유관 단체는 이미 만들어진 컨텐츠에 대한 구시대적인 검열만을 하고 있다. 물론 몇몇 정부 유관 단체들이 이 부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는 요원하기만 한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가끔 박찬호가 국내에 머물러 있었다면 그리 유능한 투수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유쾌하지 못한 농담을 접할 때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결국 교육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 지를 곱씹게 되기 때문이다. 각자의 가능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걸맞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선진적이고 지향해야 할 교육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게임이 지금은 1등일지 모르지만, 우리를 향해 쫓아오고 있는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게 추월을 허용하는 일이 그리 먼 미래 같지만은 않다.

민경용 | 크리엔트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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