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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표준화 필요하다

  • 경향게임스
  • 입력 2003.11.2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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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나, 허종도는 사람이고, 우리 회사에 뛰어 노는 복실이는 개다. 나의 부모님은 사람이고, 복실이의 부모는 개다. 나의 자식도 역시 사람이고, 복실이의 자식도 역시 개다. 참, 재미있다. 과거의 사람이 현재도 사람인 것, 과거의 개가 현재도 개인 것은 그 생명체에 있는 DNA 때문이다.

DNA는 유전자 그 자체가 아니라 유전자의 매체이다. 과거의 부모님이 현재의 내가 아닌 것,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의 자식이 아닌 것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해 가는 진화 때문이다.

우리는 큰 원칙(DNA)과 작은 규칙(환경적응-진화)을 준수해서 계속 생존하고 발전하고 있다. 이는 생명체가 생존하고 발전하는 아주 명확한 원칙이고, 자연의 상태이다.

나는 내가 종사하고 있는 게임 산업의 생산 방법에서 어떤 방법이 가장 자연적인가를 고심한다. 현재 많은 게임 개발자들은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을 대부분 문서나 서류로 정리하면서 기록을 남기지 않고, 또 관련된 이해 관계자들에게 정확한 문서로 전달하지 않는 것 같다.

게임 개발에 있어서 문서에 의한 표준화나 아주 세밀한 규칙을 정하는 것을 게임 개발자들은 싫어하는 것 같다. 표준화나 규정을 정하는 것은 제조업에서 하는 아주 낡은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도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나는 게임 산업이야말로 표준화나 명확한 규칙이 필요하다고 본다. 종적으로는 기술이 축적되고 횡적으로는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여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그 축적된 에너지로 게임자체의 본질인 재미에 집중하여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온라인 게임 제작 방법에 있어서도 경험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의 머리 속에만 그 방법이 보관되고 있어 큰 발전도 이루지 못하고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온라인 게임 개발에 생명체 유지와 발전의 큰 원칙(DNA)과 작은 규칙(진화)을 강력히 도입해야 한다.

게임 개발에 있어 ‘문서화된 절차’는 생명체의 DNA이다. 유전자의 매체인 DNA가 있기 때문에 유전자는 세대를 넘어서 전승되고, 환경변화에 적응하면서 진화할 수 있다. 만약 표준화된 문서(DNA)가 없다면 말이 공중에 떠돌게 되어 처음 들은 정보와는 전혀 다른 황당무계한 정보로 둔갑하거나 사라져버린다. 아무리 훌륭한 개발자가 한 말이라도 그것이 언어 뿐이라면 훌륭한 개인은 있을 수 있어도 훌륭한 조직은 탄생하기 어렵다.

이상한 돌연변이가 탄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문서화된 절차(DNA)’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동료들과 정확한 의사 전달을 위해 ‘업무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업무 표준이란 ‘우리들이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객관적으로 명시한 것이다. 각 작업과 시스템 전체의 관계가 명확해지고 각각의 활동 목표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파악된다. 관리의 기준인 동시에 현재 상황의 분석이며 개선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업무를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하기 위해 ‘절차’가 중요하다. ‘절차’란 조직과 직무 사이에서 이루어진 업무 수행 상의 약속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책임과 권한의 상호 관계에 입각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절차’의 상호 관련을 명시하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 유산 중에서 고려 청자는 너무나 귀중하다고 한다. 그러나 고려청자의 제작 방법에 대한 DNA가 후손에 전달되지 않아 얼마나 아쉬운가? 게임 개발의 DNA가 절실히 필요할 때다.

허종도 | 하이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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