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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진]「라이온로직스」실장

  • 경향게임스
  • 입력 2003.06.0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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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FF’의 음악을 꺼내 들어 봤다. ‘FF’는 1987년에 패미컴으로 발매 돼 초판 100만개 완매의 기록을 달성한 게임이다.

한국이 온라인게임의 강국이 되고 스탠드 얼론 형태의 게임은 이제 왠지 과거의 산물이 돼 버린 듯 한 현재의 상황에서도, ‘FF’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게임의 역사 면에서 볼 때 초기 트렌드의 주축을 형성했던 것은 일본의 콘솔용 게임들이었다. 지금의 온라인게임과 달리 길어도 한달 이상 꾸준히 하는 게임은 아니었지만 당시의 감동과 재미는 시간이 지나도 유저의 마음속에 살아 있을 정도로 영화 이상의 그 무엇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한국형 온라인게임들의 경우 그러한 감동이 결여돼 있는 것 같다.

요컨대 플레이 할 당시는 무섭게 빠져들지만, 손을 떼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쉽게 잊혀지고 접속할 때마다 짜증이 나는 구석이 많다는 것이다. 앞으로 나올 신규 게임들을 봐도 영 신통한 것이 보이지 않고, 다들 밸런스에 미치기라도 한 것인지, 온라인게임이다 하면 무조건 정치판으로 돌아가야 하고 이슈화가 돼야 하며 경제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패러다임은 대체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지 씁쓸하기만 하다.

이런 스타일의 한국형 온라인게임은 절대 ‘레크리에이션’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시스템 자체는 조금이라도 많이 시간을 투자한 사람이 우위에 서게 되고 거기에는 자본주의 시스템과 사회의 치열한 경쟁 체제가 살아 있으며 하루라도 게임을 게을리 하면 남이 나보다 앞서게 되는 그런 시스템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유달리 온라인게임으로 발생하는 범죄나 비윤리적인 사건이 많은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에 대해 한국의 온라인게임 선도 업체들은 개발자로서의 양심이나 유저들에 대한 도덕적인 배려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 하다. 실제, 선도 업체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한국은 유저들의 인식이나 매너가 문제라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문제고 사람들이 경쟁에만 몰두해서 맹목적으로 레벨을 올리며 아이템 매매에만 열을 올린다고 하는데, 이 말을 역설적으로 해석하면 그런 한국인들의 맹목적인 가치관과 습성을 최대한 교묘하게 이용해서 이제까지 쑥쑥 커 온 것이 한국형 온라인게임인 것이다.
쉬운 발상의 전환이지만 지금 한국 게이머들이 네티켓이 없고 매너가 없고 맹목적인 플레이를 추종하는 건 한국형 온라인게임 자체가 그 토대를 조성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이러한 트렌드는 업계 전체에 염증처럼 퍼져 버려서, 유저만 맹목적인 게 아니라 개발자들, 경영자들까지 맹목적으로 끌어가 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 트렌드가 계속 커와서 오늘날의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온라인게임에서 또 하나의 문제는 엔딩이 없다는 점이다. 끝이 없다 보니 유저들이 치고 올라오면 개발자들은 또 다른 영역을 만드는데, 개발자들 머리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초기에 기획한 이상의 영역에 들어가면 게임이 재미없어진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초기 기획이 데이터 중심이 아니라 시스템 중심이고 이후의 기획에 있어서도 게임의 재미에 초점을 맞춘다면 모르지만 한국은 가면 갈수록 재미에 맞추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레벨 덜 오르게 할까...... 어떻게 하면 화폐가치를 상승시킬까...... 이런 점에만 집착하고 있다.

초보자들은 초보자대로 불만이고 숙련자들은 숙련자대로 불만이 쌓이고 개발자는 이리 맞추고 저리 맞추고 하다 보면 무한지옥이 되어 버리는 게임의 세계. 엔딩이 있고 패키지로 출시돼 단판에 끝을 낼 수 있는 게임은 이런 단점이 없다.

온라인이라는 것이 게임의 전체를 좌지우지 할 정도로 중요한 솔루션으로 부각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게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게임의 재미 요소를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 인식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한국은 계속 온라인에만 맹목적으로 치우쳐서 지금의 개발자들을 보면 마치 온라인게임의 중독 요소 만들기에 혼을 빼앗긴 사람들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기업이 분명 돈을 벌어야 하는 집단인 만큼, 온라인이 대세인 지금의 트렌드 하에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게임의 개발에 매진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일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 돈을 버는 만큼 자신이 속한 산업에 기여도 해야 한다.

게임은 꿈을 먹는 산업이면서 동시에 유저들에게 꿈을 안겨 줄 수 있어야 한다. 개발자 역시 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게임 업체라면 유저들에게 안겨준 꿈의 계단을 하나하나 돌아 볼 수 있는 그런 풍토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 라이온로직스 이우진 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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