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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규]「유즈드림」사장

  • 경향게임스
  • 입력 2003.02.0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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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일과 더불어 오락을 하면서 진화해왔다.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진 오락도 여러 가지고, 옛날부터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 않은 오락들도 많다. 컴퓨터 게임도 이런 오락의 한가지다. 다만 컴퓨터라는 특성이 이 오락을 좀 유별난 것으로 만들었다.

컴퓨터 게임을 분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게임의 성격으로 나누는 방법, 즉 롤플레잉게임, 어드벤처게임, 아케이드게임과 같은 식으로 나누는 방법도 있고 게임의 대상으로 나누는 방법도 있다. 패키지 게임이나 온라인게임으로 분류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여기에 게임의 기원으로부터 나누는 방법도 생각해 볼만 할 것이다. 가령 온라인 바둑게임이나 온라인 고스톱게임과 같은 경우도 그렇다. 이런 것들은 컴퓨터로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이런 게임들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게임의 룰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럼 롤플레잉게임은 어떨까? 롤플레잉게임이 TRPG(테이블 토크 롤플레잉게임)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게임으로부터 발생했다는 것은 게임의 상식에 속한다. 유명한 롤플레잉게임들 중에는 TRPG에서 만들어진 AD&D 룰을 따라 제작된 것들도 많다. 그러나 컴퓨터에서 구현된 롤플레잉게임은 TRPG와는 상당히 다르다. 기원은 TRPG에 두고 있지만 전혀 다른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마치 장기와 체스가 같은 기원을 가지고 있지만 전혀 다른 게임으로 인식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근본적인 차이는 TRPG이 갖고 있는 ‘역할’ 이라는 부분을 초기에 나온 롤플레잉게임에서는 충족시킬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TRPG에서는 ‘역할’을 맡은 각각이 자기 역할을 잘 ‘연기’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컴퓨터로 구현될 때에는 게임을 즐기는 한 사람이 모든 ‘역할’을 ‘연기’ 해야 했기 때문에 두 가지 오락은 다른 길을 걷게 되고 말았다.

MMORPG가 나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컴퓨터와 초고속통신망의 발전으로 컴퓨터 게임이 자신의 기원과 유사해지게 된 것일까? 그렇진 않았다. 이미 독자적인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에 두 오락이 서로 다른 진화선상에서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TRPG를 그대로 구현한 CRPG가 최근 새롭게 등장했다. 이것은 기존의 롤플레잉게임과는 별개의 게임이다).

물론 MMORPG에서도 자기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어서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게임 안에서 허용된 연기를 캐릭터를 통해서 하게 되고 그 점에 몰입하게 된다. 이것은 이 종류의 게임의 기본적 재미요소가 바로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마치 체스와 장기가 왕을 잡으면 이긴다는 공통의 규칙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가상세계에서 허용되는 캐릭터를 통한 변신은 짜릿한 흥분을 주게된다.

우리 회사가 서비스하고 있는 ‘무혼’은 무협온라인게임이다. 당연히 참여하는 사람들은 무림강호의 무사를 연기하게 된다. ‘무혼’에서는 정종, 사파, 마교의 세 계열이 존재한다.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에 따라 행동 형태도 영향을 받는다. 이런 사실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로는 신기하기까지 했다.

우리가 아직 이런 요소를 컴퓨터 게임 안으로 극대화시켜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길고 긴 오락의 역사 속에서 컴퓨터 게임이 차지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컴퓨터 게임 안에서 새로운 규칙들이 완전히 자리잡지 못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존의 오락들로부터 갈고 닦여진 재미 요소들이 컴퓨터 게임 안으로 충분히 흡수될 때 컴퓨터 게임은 더욱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갈 것이다.

- 유즈드림 이만규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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