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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웹젠 대표이사

  • 경향게임스
  • 입력 2002.10.2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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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웹젠이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중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제출한 거래중개행위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려 업계에 커다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에 자사가 아이템 현금거래(현거래) 사이트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 결과를 두고 앞으로 현거래 사이트들의 영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때이른 샴페인을 터뜨리는 분들도 있는 줄 안다.

하지만, 웹젠은 금번 결과에 대해 절반의 승리를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저작권을 취득한 게임서비스업체는 게임서비스 이용약관에서 이용자들이 아이템을 현금 거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이상 아이템 현금거래행위의 금지를 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즉, 게임서비스업체와 유저들간의 저작권과 그 사용권리에 대한 최초의 법적 해석이 내려졌으며, 유저들은 저작권을 소유한 게입서비스업체의 동의 없이 타인에게 사용하고 있는 아이템과 계정을 유상으로(돈을 받고) 양도할 수 없는 제한적 사용권리만을 갖는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단, 법원에서는 게임서비스업체가 그러한 권리를 갖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채권적 권리에 불과해 대세적인 효력이 없으므로 게임서비스 이용계약에 있어 제3자에 불과한 현금거래 중개 사이트가 이용약관에 반해 거래를 중개했다고 하더라도 그 중개 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즉, 이용약관에 의한 저작권과 그 제한적 사용권에 대한 계약사항을 제3자인 현거래 중개 사이트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해석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미 아이이템의 현금거래를 이용자들의 의무위반행위로 규정했으며, 제3의 중개 사이트는 이러한 의무위반행위를 조장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 원론으로 돌아가서 게임개발사로서 웹젠이 왜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해 반대하는지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에서 캐릭터와 아이템은 게이머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목적 의식을 갖게 한다. 개발자로서 캐릭터 육성과 아이템이 주는 재미를 찾는 게이머들을 위해 여러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이를 서비스 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게임 내에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아이템 현거래를 생각하고 개발을 했다면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위해 아이템 현거래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도입했을 것이다. 즐거움을 주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개발자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개발사가 아이템 현거래를 조장하고 있지 않냐는 유도 심문식의 질문이 얼마나 큰 자괴감을 주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몇몇 아이템 현거래에 대해 남이 게임을 돈을 벌기 위해 즐기던, 게임 그 자체를 즐기던 상관하지 마라는 의견을 접할 때 놀라게 된다. 온라인게임은 현실 사회의 축소판이다.

개발자로서 여러 시스템을 준비하지만 온라인게임에서 사회성 부분은 게이머들이 직접 생성해 나가는 부분이다. 개발자에게 개발 의도대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존재다. 게이머들이야 말로 온라인게임 완성에 있어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이런 분들을 위해 우리는 좀 더 나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고뇌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뮤’는 초기 여러 해킹 프로그램에 노출된 적이 있었다. 개발자로 내가 만든 게임에 문제가 있는 것만큼 괴로움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없다. 시스템적인 보완을 해나갔지만 지금의 ‘뮤’의 모습이 있기까지는 자발적인 게이머들의 캠페인 참여가 일익을 담당했다고 본다. 적극적인 자체 정화의 모습으로 ‘뮤’는 훌륭한 사회 구성원들에 의해 완성된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온라인게임이 현실의 축소판임을 보여주는 실례라 하겠다.

한 조사에 따르면 25% 정도의 게이머들이 아이템 현거래를 한다고 한다. 나는 이들 25%에게 몇 차례 호소를 해 보았지만 돌아온 것은 냉담한 냉소였다. 이제 나는 올바르게 게임을 즐기며 온라인 사회를 건전하게 이끌어 나가는 75%의 게이머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아이템 현거래 반대를 외치는 것이 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살고 숨쉬고 있는 사회를 건전하게 하는 것이며 나아가 유지되게 하는 방편이다. 정당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정당한 몫을 찾기 위해 큰 목소리를 한 번 내지르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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