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마니아만 있고 게이머는 없다

  • 경향게임스 기자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4.12.20 22:20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굳이 PC방을 찾지 않아도 게임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PC가 설치된 곳이라면 최소 하나둘 이상의 게임이 설치돼 있고, PC가 없다할지라도 휴대폰에는 어김없이 게임이 자리잡고 있다. 다시 말해, 로또 꼴등에 당첨된 사람을 찾는 것보다 게임이 설치된 휴대폰의 주인을 찾는 것이 더 쉽다는 이야기다.

여기까지만 볼 때, 우리나라 사람들의 게임열기는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국내 놀이 문화가 적다는 등의 이야기는 본 주제와 다른 내용이므로 여기에서는 논하지 않겠다). 지나가는 청소년을 붙잡고 게임을 즐겨본 적이 있냐 물으면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투로 답한다. 그렇다면 어떤 게임을 즐기냐 물으면 다시 또 자신이 즐기는 게임을 말하며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짓곤 한다.

또다시 해당게임에 대해 물어보면 이제부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마니아적인 기질을 발휘, 수많은 게임 관련 이야기들을 쏟아낸다(게임이 비생산적이라느니 하는 이야기도 본 주제와 사뭇 다른 내용이므로 논하지 않겠다). 게임마니아로서 손색이 없다.

이에 조금은 다른 게임에 대해 물어봤다. 대답은 한결 같다. “안 해봐서 모르는데요.” “재미없어서 그런 거 안해요.” 결국, 자신이 하는 게임에만 마니아고, 베테랑이고, 고수인 것이다. 조금만 벗어나면 아는 것이 전무하다.

뭐 취미 생활로 즐기는 게임인데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떠냐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편식이 좋지 않듯 게임 역시 특정 게임만을 편애하고 즐기는 것은 게임사의 발전에도, 올바른 게임관 형성에도 문제가 있다. 이는, 자신이 즐기는 게임만이 제일이고, 자신이 즐기는 게임보다 그래픽이나 사운드, 게임성 중 무엇 하나만 부족해 보여도 쓰레기 취급하는 형태로 남게된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장르의 편중성에 있다. 수많은 게임들을 접하고 이 게임이 나에게 맞는다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닌, 남들이 하니까, 내 친구도 하니까, 안하면 도태되니까라는 이유로 해당 게임을 즐긴다는데 있다. 한잔을 먹고도 취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세숫대야로 술을 먹어도 취하지 않는 술꾼이 있기 마련이다.

사람은 각자 타고난 성격이나 개성이 있고, 자라면서 배워 온 환경이라는 것이 있다. 그럼에도 누구나 ‘리니지’, ‘리니지2’, ‘뮤 온라인’, ‘와우’, ‘RF온라인’에만 매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이 게임들은 분명 잘 만든 수작인 동시에 모두 다른 게임이지만 사실 오십보 백보 차이를 벗어나기 힘들다. 모두 MMORPG라는 게임의 기틀 위에 숨쉬고, 발전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게임의 장르는 MMORPG만이 아니다. MMORPG가 산업적으로나 개발력으로 인정 받아오며 국내 게임 수출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것은 사실이나, 이것과 유저들의 게임 편식은 하등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보다 다양한 게임, 보다 다양한 장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다양한 문화가 곁들여져 있는 수많은 게임들을 겪어본 뒤에 자신에게 맡는 게임을 찾는다면 너무 늦는 것일까. 결코 아닐 것이다.

스스로에게 맡는 게임을 찾는 길은 결국 게임이 진정한 유희로써, 즐거움으로써, 그리고 우리에게 돌아올 문화로서의 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그대, 다른 게임 해봤는가.

/홍성민 게임평론가

*다음 주에는 대원게임사업부 송동석부장의 컬럼을 게재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