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금융 감시기관인 로스핀모니터링(Risfinmonitoring)의 유리 치한친(Yuri Chikhanchin) 기관장이 국제 결제체계 내 가상화폐 사용 허용을 시사했다고 현지매체인 비트미디어(Bits.media)가 지난 7월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트미디어는 유리 치한친 로스핀모니터링 기관장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통제된 러시아의 공급망과 관련해 가상화폐의 국제적 사용 허가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로스핀모니터링은 현재 러시아 기업의 가상화폐 국제 결제정보를 추적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정부 금융 감시기관의 가상화폐 추적 시스템 개발에 따라 러시아 내 가상화폐 국제결제 사용 추진은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엘비라 나비울리나(Elvira Nabiulina) 총재는 지난달 중순 국제 무역 결제 체계 내 가상화폐 사용 허가를 시사한 바 있다.
가상화폐가 러시아 금융 시스템에 침투하지 않는다면 국제결제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게 엘비라 나비울리나 총재의 의견이었다. 러시아의 국제 무역 체계 내 가상화폐 사용 제안은 지난 2월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됐던 사안이다.
러시아 재정부는 지난 2월 내놓은 ‘디지털 화폐 거래 및 발행 관련 활동의 절차’ 규제안에 해외 무역 결제 시스템 내 가상화폐 사용을 허용하는 내용을 5월에 추가했다. 러시아 재정부가 추가한 사항은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신원 확인을 마친 현지 은행 고객들에게 한정으로 했다.
세르게이 카티린(Sergei Katyrin) 러시아 상공회의소 회장의 경우 지난 4월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가상화폐 지불 협력 방안을 제시하는 서한을 미하일 미슈스틴(Mikhail Mishustin) 총리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러시아 상공회의소는 서한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의 중소기업 수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 수출입은행과 신탁기금을 설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러시아 내 해외 무역 결제 시스템 내 가상화폐 사용은 최근 현지 은행들이 디지털금융자산(DFA) 거래를 완료함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디지털금융자산은 러시아에서 가상화폐와 토큰 등을 설명하는 법적 용어다.
현지 제2의 은행인 브이티비(VTB)는 지난 6월 말 첫 번째 디지털금융자산 거래를 완료했다. 브이티비는 디지털 금융 자산 거래의 일환으로 엔지니어링 업체인 메트로아곤매시(Metrowagonmash)의 토큰화된 채무 풀(Debt Pool)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최대 국영은행인 스베르방크(Sberbank)도 지난 7월 9일(현지시간) 10억 루블(한화 약 202억 원) 규모의 3개월 만기 디지털금융자산 거래를 실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스베르방크의 디지털금융자산 거래 소식을 보도한 로이터 통신은 곧 은행의 모든 기업 고객이 디지털금융자산 거래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의 하원의회인 국가두마(Госуда́рственная ду́ма)는 지난주 현지에서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쓰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했다.
러시아 내 결제 수단으로서의 가상화폐 사용 금지 법안은 현지 상품 또는 서비스에 ‘디지털금융자산(DFA)’ 이용한 경제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원을 통과한 지불 수단으로서의 가상화폐 사용 금지 법안이 제정되기까지 남은 과정은 연방의회(СОВЕТ ФЕДЕРАЦИИ) 승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서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