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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훈] "촬영 없으면 한게임 고스톱에 빠져산다"

  • 김수연
  • 입력 2002.05.1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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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훈 이름 석자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모린'이라고 하면 "아! 벙어리"하고 알아챈다. '민정훈'이라는 중성적인 이름은 그녀의 가명이다. 흔하디 흔한 '김민정'이라는 이름으로는 결코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민정훈은 2000년 SBS 공채 9기 탤런트로 데뷔했다. 작년 7월 55회부터 '여인천하'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그동안 각 종 단막극과 해외 리포터로 활동했지만 비중 있는 배역을 맡은 것은 '여인천하'가 처음이다. '벙어리 모린이 무슨 비중 있는 인물이냐?'고 하겠지만 두고보면 알 일이다.
민정훈은 매니저도 코디도 없다. 의상을 담은 쇼핑백을 주렁주렁 들고 다니면 모두가 한 마디씩 하던 때도 있었다. "누구 코디에요?"라고 말이다. 여인천하 녹화를 마친 새벽에 이튿날 촬영하는 단막극 의상을 구하느라 잠 한숨 못 자고 동대문을 전전할 때도 있었다. 스케쥴 관리도 혼자 하다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 동안은 매니저나 코디의 필요성을 못 느꼈었는데 요즘에는 힘에 부친다. 지난 2월 드디어 자가용을 구입해 '뚜벅이' 생활만은 면했다.
대학로 무대에서 연극으로 연기력을 다져온 민정훈은 어려서부터 음악에 재능이 많았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했고 플롯을 불면서 음대진학을 꿈꿨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연극에 빠져들면서 음악에 대한 미련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단국대 연영과에 진학했다.
"방송연기가 연극보다 어려워요. '컷'이 나눠져 몰입도가 떨어진다고 할까요?" ||녹화를 위해 꽃단장을 하고 민속촌에 들어서면 "야~ 정난정이다!" "매향이다!"하며 사람들이 몰려온다. 그리고는 "에잇~엑스트라잖아"하며 가버린다. 하지만 여인천하가 회를 거듭하면서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언젠가 민속촌에 견학 온 유치원생들이 "벙어리 모린이다!"라고 해 반갑게 인사를 했더니 갑자기 "으악, 벙어리가 말을 한다"며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
궁궐엔 한번도 들어가 보지 못해 연기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전인화의 열정 가득한 눈빛 연기를 닮고 싶다. 물론 강수연의 연기도 놀랄 만큼 훌륭하다. 그 눈빛과 표정연기는 언제봐도 가슴 뭉클하다고 말한다. 문정왕후와 정난정이 함께 연기를 펼칠 땐 촬영장이 후끈 달아오를 정도로 그 열기가 뜨겁다고.
2∼30회 정도 벙어리 모린 역을 하다 처음 말문을 열던 날. "아씨, 이 년 아씨를 곁에서 모시고 싶사옵니다." 난정에게 던지는 이 한마디가 '여인천하'에서의 첫 대사였다. 그 동안은 눈빛이나 '어버버(벙어리가 웅얼거리는 소리)' 연기만 해 온 그녀는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녹화를 기다렸다. 그러나…결정적인 이 날, 수없이 많은 NG를 내 스텝들 볼 낮이 없었다고.
'어버버'연기도 말처럼 쉽진 않다. 더빙이라도 하는 날엔 그녀의 우렁찬 '어버버' 소리에 스튜디오는 온통 웃음바다가 된다.||민정훈은 컴맹이라 겨우 이메일만 확인하는 정도다. 촬영장에서 기다리다 지쳐 친구와 PC방엘 갔다. 친구에게 한게임의 '테트리스'와 고스톱을 배웠다. "고스톱이란 걸 처음 해봤는데 효과음이 귀엽고 그림 맞추기가 너무 재미있어요." 한가지 일에 빠지면 헤어나질 못한다는 그녀는 심지어 꿈속에서도 패를 들고 한게임 고스톱판을 뛰어다녔다. 고스톱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
민정훈은 술을 전혀 못한다. 여인천하 선배들과 점심에 반주를 곁들여 소주 한잔을 마시고 민속촌 앞 차안에서 4시간을 잔 적이 있다. 술을 못 마시니 회식자리가 '가시방석'이다. 공식적인 자리 이외에는 되도록 회식자리를 피하고 대신 일찍 귀가해 '고스톱'을 즐긴다.
"전 제가 연예인이라는 생각 안 해 봤어요. '연기'는 그냥 '일' 일뿐이죠" 일할 때말고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그저 평범한 '민정훈'이라는 그녀는 앞으로 '청순가련형'의 연기보다는 개성이 강한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을 연기해 보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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