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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석] 이제 장가가고 싶다

  • 김수연
  • 입력 2002.04.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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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현재 중앙대 신방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개그맨 이윤석(31). 지극히 평범하지만 그저 ‘평범’이란 말로 그를 평가하기엔 어딘지 모르게 예사롭지 않다. 한마디로 참 묘한 사람이다. 책과 록 음악, 그리고 공부가 유일한 인생의 낙이자 생활의 전부였던 그가 방송·언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즉흥적이었다. MBC 개그 콘테스트 공고를 접하고 방송국 견학이나 가봐야겠다는 다소 허무맹랑한 발상으로 일을 벌인 것이다. 그는 친한 두 명의 친구와 개그 콘테스트 준비를 했다. 당시 대학 3학년이었던 그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드디어 기다려 온 개그 콘테스트 당일. 허나 이게 왠 날벼락? 같이 연습해 온 친구들이 모두 불참을 선언한 것. 그를 골탕먹이기 위한 친구들의 계략(?)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당히 MBC 개그 콘테스트 4기로 개그계에 입문했다. ||개그맨 서경석은 그의 입사동기이자 목숨과도 같은 친구다. “저는 은상을, 경석인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서로 처지가 비슷해서인지 금새 친해졌어요. 프로그램에서 콤비를 이루면서 인간적인 부분에서도 찰떡궁합 명콤비인 친구죠. 숙식을 함께 하면서 공부도 같이하고 심지어는 여자친구도 같이(?) 사귀었죠.” 고학력 개그맨 커플로도 화제를 모았던 이·서 콤비는 지능적인 고 단수 개그로 세간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경석이와 전 성격이 정반대랍니다. 전 내성적이면서 우유부단하지만 경석인 철저하고 빈틈이 없죠. 치밀한 성격 때문에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경석이가 하자는대로 하면 절대 손해보는 일은 없어요.”
서경석이 입대하던 날 친구 경석이를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눈물범벅이 된 그의 모습이 매스컴을 통해 보도됐다. ‘남자가 너무 오바하는 거 아니냐?’ ‘저런 약한 이미지 밥맛이다’라는 비난과 ‘이윤석의 우정에 가슴이 뭉클했다’ ‘나도 함께 울었다’는 동정론이 반반씩 쏟아졌다. “전 시력이 너무 나빠 군면제를 받았습니다. 군 입소식에 가본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모이라는 안내방송에 뚜벅뚜벅 걸어가는 경석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거든요.” 마냥 여리기만 한 그의 성격 탓인지 준비 없이 친구를 보내버린 순간의 허탈감과 서러움은 눈물로 솟구쳤다. ||“우리 집안에서는 벼슬하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아버지의 간곡한 바램이었다. 방송 데뷔 후, 서경석과 불려가 혼나기도 수 차례. 하지만 데뷔와 동시에 ‘웃으면 복이 와요’에서 콤비로 활동하면서 빠르게 인기가도를 탔다. “스타가 되는 것이 생각보다 쉽다고 느꼈어요. 일하는 게 마냥 즐겁기만 했고 부모님도 그런 제 뜻을 받아들여 주셨습니다”
‘허리케인 블루’ 시절. 록 음악을 좋아하던 그에게는 가장 신나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로 1년 간 해오던 ‘허리케인 블루’를 중도에 포기해야만 했다. 6개월을 쉬고 개그계에 다시 복귀했을 땐 자신의 자리가 너무도 초라하게 느껴졌다.
“주위에서 저에게 경석이 만큼 못 떴다는 말씀을 자주 하세요. 제가 한동안 방송을 쉬었던 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겠지만 사실 전 개그나 방송에 목숨걸고 전진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록 음악을 듣는 시간 외에 개그를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다보니 일에만 매진하는 사람들에 비해 뒤떨어지는 게 당연하죠. 한마디로 열과 성의가 부족한 탓이겠죠” ||그가 출연하는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 심상치 않은 스캔들이 일고 있다. 이미 서경석·이현주 커플을 묘하게 엮은 바 있는 전적을 보아 프로그램 시청률을 겨냥한 연출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가졌다. 하지만 그의 대답을 놀랄 만큼 솔직했다. “아나운서라면 딱딱하고 차가운 분위기일 거라는 생각을 하게되지만 김경화 아나운서는 푼수 끼도 있고 밝고 따뜻한 사람이에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있냐는 질문에 마음은 있지만 정작 김경화 아나운서가 당황스러워 하고 쑥스러워 한다고.
그는 모성애가 느껴지는 여자가 좋다고 말한다. 전원일기 복길이 같은 스타일. “지혜롭고 포용력있는 여자가 좋아요. 아버지 건강이 안 좋으시니 이제 슬슬 결혼 생각도 해야하는데 아직까진 저 좋다는 여자가 없습니다.”
그에게는 웃지 못할 첫사랑 기억이 있다. 술 먹고 그녀를 바래다주던 길에 동네 앞 놀이터에서 뽀뽀를 시도했다. 순간, 통금시간을 넘겨버린 그녀를 찾는 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당황한 나머지 담을 넘었고 다리가 부러지는 코미디 같은 광경을 연출했다.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그녀를 찾으려했지만 결혼해 잘 살고 있어 만나지 못했단다.
방송 일하랴, 공부하랴 하루 3~4시간 밖에 못 잔다는 그는 방송생활에서는 확고하게 입지를 다지고 학업에도 충실하고 싶다는 욕심쟁이다. 강단에 서서 방송인을 양성하는 일이 그의 가장 큰 바램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게임에도 입문했다. ‘포트리스’를 가끔씩 즐긴다. 하지만 두렵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할 것 같은 게임의 매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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