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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로 <1>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6.10.2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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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탈출하니 창단 행운 찾아와

창단이다. 오래 동안 기다려왔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기쁜 소식이다.숙소 생활을 시작한지 8개월 째. e네이처 연습생 선발전을 통해 게임단에 들어온 나는 프로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 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우리 팀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프로리그에 출전을 하지 못한 지난 겨울, 우리 팀은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있었던 것 같다. 희망이라는 단어조차 바라보기 버거운 허탈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래서인지 연습할 의욕도, 다음 시즌을 기약하자는 의지도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은 코치로 우리를 돌봐주는 현진이 형조차 방황했으니까 말이다.

선수 각각 자율적으로 행동했고 숙소를 벗어나 며칠은 돌아오지 않는 팀원들도 있었다. 감독님도 실의에 빠져 우리들을 다독거리기조차 힘들어 보이셨다. 우리가 다시 힘을 낸건 4월 5일 용산으로 이사오면서이다. 여전히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열악한 곳이었지만 감독님은 우리 자리 하나하나에 A4 용지에 명언을 담아 붙여주셨다. 그날부터 진정한 숙소 생활은 시작됐다. 식사 시간 외에는 휴식시간도 없었고 오로지 연습에 매진했다. 인터넷 서핑도 금지였다. 감독님 몰래 웹 서핑을 하다 걸리기도 했다. 감독님은 그 날로 인터넷 선을 끊어버렸다. 우리는 침을 꿀꺽 삼키고 연습에 몰입했다. 승수를 쌓고 팬들이 응원을 보내주는 현장 소리가 들릴 때마다 기운이 났다. 현진이 형은 우리들의 정신적 지주이다.

내가 이윤열 선수와 대결해서 첫 승을 올렸을 때 스스로 거만하게 행동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현진이 형은 3주간 의도적으로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어리둥절했지만 시간이 지난 후 알게 됐다. 내 행동이 달라진 것을 느꼈는지 현진이 형은 그제서야 "더 노력하자"고 등을 두들겨줬다. 이제 정말 창단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나는 창단 전에 상황도 행복했다. 이제 조금만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열심히 해서 '꼴찌'소리를 얼른 벗어나고 싶다. 시간이 빨리 빨리 갔으면 좋겠다. 감독님이 내 자리에 붙여주신 명언이 새삼 떠오른다. '희망은 절대로 당신을 버리지 않는다. 다만 당신이 희망을 버릴 뿐이지.'

■ 다음주에는 KTF매직엔스의 김윤환이 전하는 팀다이어리가 이어집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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