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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까프 오즈 <3>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6.12.0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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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안겨준 시간이었다. 팀원들과 영종이 형을 응원하기 위해 제주도행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기분은 소풍 나온 아이처럼 설레었다. 영종이 형은 이틀 전부터 감독님과 다른 테란 유저 2명과 현지 적응을 위해 먼저 출발했다. 제주도에 도착해보니 4시 30분. 결승전에 가서도 영종이 형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눠보지 못하고 멀리서 경기 준비하는 모습만 바라봤다. 형의 컨디션은 최고였다. 내 주변에서 가장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을 꼽으라면 영종이 형이 단연 1등이다. 팀원들도 영종이 형이 우승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경기는 접전이었다. 그리고 명경기였다.

나는 뭔가 집중하면 입이 조금씩 벌어지는 버릇이 있는데 결승전을 보다가 그랬다.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패배했지만 팀원들은 누구보다 큰 박수를 쳐주었다. 형 역시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친 탓인지 아쉬움보다 담담함이 엿보였다. 나는 영종이 형의 그런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동점에서 마지막 한 경기 때문에 승리를 놓쳤는데 저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니…. 형은 그 날 저녁 제주도에서 뒷풀이를 하고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곧바로 프로리그 연습에 돌입했다. 그 모습이 스타리그 무대 경험이 없는 나에게는 왜 이렇게 신기하게 느껴지는 지 모르겠다. 하긴, 영종이 형은 24강 때부터 그랬다. 작년 우승 이후 형의 방황을 지켜본 나로서는 다시 일어서기 위한 형의 노력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던 것인지를 알고 있다.

24강부터 4강 상대까지 영종이 형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팀원들도 한편으로 응원을 하면서도 ‘설마, 이번엔 힘들겠지’라고 걱정했었다. 그렇지만 숙소로 돌아오는 형의 발걸음은 언제나 가벼웠다. 우리가 영종이 형을 에이스라 부르는 이유가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진실하기 때문이다. 형과 나는 지금 제주도에서 사온 한라봉을 하나씩 까먹으며 남아 있는 프로리그에 대한 대화를 잠깐 나눴다. 제주도가 고향인 유석이 형의 어머니가 주신 한라봉은 정말 달다. 지난 주말, 영종이 형의 준우승은 씁쓸했지만 형이 먹고 있는 한라봉으로 쓴 마음이 조금 달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영종이 형, 프로리그도 잘 해보자! 화이팅!”

■ 다음주에는 eSTRO의 김원기가 전하는 팀다이어리가 이어집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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