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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까프 오즈 <4>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7.01.0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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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기 품고 결승 의지 ‘활활’

우리 팀의 비상경계령이 내려졌다. 팀원들 모두 두문불출하고 연습에만 매달리고 있는 중이다. 간혹 연습 중에 농담을 주고받거나 간식내기를 걸고 종족을 바꿔 시합을 하기도 하지만 이번 주만큼은 그럴 수 없다. 나 역시 식사 시간을 이용,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다. 사실 팀 분위기는 엄숙함으로 따지자면 최고 같다. PLUS시절, 아무리 성적이 저조해도 팀원들 얼굴에서 서늘한 긴장감 같은 것은 느껴본 적 없었는데... 농담을 주고받아도 속닥거리거나 밥을 먹을 때도 우리의 대화는 오로지 전략얘기뿐.

나도 나에게 떨어진 임무를 잘 수행해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영종이 형의 눈빛은 지난 스타리그 결승전 때로 돌아갔다. 평소 서글서글한 눈웃음으로 장난치는 영종이 형이 아니다. 말 수도 줄어들고 식사시간이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오로지 자기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른다. 우리가 이렇게 변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독기란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규 시즌 내내 1위를 달리던 우리 팀. 자만했었다. 우리 모두 결승전 직행은 따 논 당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뭔가. 마지막 SK텔레콤과의 대결에서 단 1승도 건지지 못하고 완패하고 말았다. 감독님은 화가 무척 나셨다. 숙소에 돌아오는 동안 팀원들 중 아무도 말을 하는 이가 없었다. 억울했다. 아니 답답했다. 자만하고 우리 자신만 너무 믿었던 내 자신이 미웠다. 다음날부터 우리 팀은 '비상경계령'이 내려졌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외출할 수도, 외부인 역시 숙소에 들어올 수 없게 됐다. 이에 불만을 거는 형들은 아무도 없었다. 창단 후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둔 적도, 또 이만큼 형들이 분개하고 뉘우치고 열심히 연습에 올인 한 적도 없었을 것 같다.

모두의 눈빛에는 오로지 프로리그 우승만이 가득한 것 같다. 오늘 일기가 공개된 뒤에는 이미 우리 앞에 성적표가 나와 있겠지만 두렵진 않다.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가 없을 정도로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다. 정규 시즌 1위보다 더 중요한 깨달음을 우리는 지금 얻고 있는 것 같다. 자만하지 않는 법. 승부욕에 불타는 우리 자신. 얼마 전 우리팀은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우수게임단상을 받았다. 창단 후 처음 받는 상이다. 다음은 프로리그 우승컵이다. '르까프 오즈, 주문을 걸어봅시다! 화이팅!!'

■ 다음주에는 이스트로의 김원기가 전하는 팀다이어리가 이어집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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