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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저그’ 진호의 스타일기 <6>

  • 김수연 기자 jagiya@kyunghyang.com
  • 입력 2004.12.2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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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치게 그리운 아버지, 나의 아버지...

사무치게 그리운 아버지... 진호에게 ‘아버지’라는 세 글자는 애잔한 지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버지는 진호가 중학교 2학년 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다. 평소 건장한 20대 청년보다도 더 건강하다고 자부하시던 아버지셨다. 회사에 다니시던 아버지는 주말만 되면 차를 몰고 돌을 찾아 다니셨다.

아버지의 취미생활은 희귀한 돌이나 수석을 수집하시는 것. 일요일이면 이른 아침에 일어나셔서 차를 몰고 나가신다. 아버지는 친구 분들과 함께 인근 강이나 산기슭으로 희귀한 돌을 찾아 다니시는 게 낙이신 분이셨다.

어느 일요일 날, 아버지는 평소와 다름없이 집을 나섰고 진호는 늦잠을 자고 있던 중이었다. 갑자기 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아버지가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계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진호는 잠이 덜 깬 눈으로 어머니 손을 잡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3중 충돌사고였다.

병원에 도착해서 10여명의 부상자와 한 명의 사망자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제발 그 한 명이 아버지가 아니기를... 진호는 마음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사망자의 유품이라며 어머니와 진호 앞에 펼쳐진 반지며 목걸이를 보는 순간 진호는 소리내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어머니는 아무 말씀도 없이 그 자리에서 실신 하셨다. 아버지는 그렇게 가족 곁을 떠나셨다.

갑작스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형, 그리고 진호는 말을 잃었다. 웃음도 잃었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어머니는 우울증에 걸리셨고 형과 진호도 아버지의 죽음이 현실인지 꿈인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슬펐다. 당장 생활고를 걱정하기 이전에 가족들이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는 일이 급선무였다. 여러 날이 지난 후 어머니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형과 진호의 손을 잡고 할머니 댁으로 갔다. 그리곤 할머니를 모셔와 한 집에서 살게 됐다. 이후 가족들은 아버지의 빈자리를 차츰차츰 지워갔다.

진호는 아버지를 닮았다. 초롱초롱하고 예쁜 눈하며 심성고운 마음씨, 온순한 성격, 식성까지 모두 아버지를 닮았다. 아버지는 웬만해서는 화를 잘 안 내시는 분이셨다. 형이나 진호가 실수를 해도 “어릴 땐 다 그런 거야”’라며 격려해 주셨고 중학생이 된 진호가 PC방에 눈이 팔려 있을 때도 “게임을 하되 공부를 등한시하지는 마라”고 타이르셨다.

아버지께서 늘 입버릇처럼 “어머니께 잘해 드려라”라고 하시던 말씀은 마치 유언처럼 형제의 가슴속에 남아있다. “어머니께서 힘들어하실 때 아버지의 빈자리가 느껴져요. 우린 힘들면 형제끼리 서로 기댈 수 있고 어머니도 계시지만 두 아들 말고는 의지할 곳 없는 어머니만 보면 마음이 아팠어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아버지께서 다시 살아 돌아오셨으면 하고 바랬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인자하시고 존경스러운 아버지셨어요. 너무 오랫동안 못 뵈어서 딱 한번만이라도 뵙고 싶은 게 소원이에요.”

지금은 가족들이 아버지의 큰 빈자리를 극복했지만 진호는 문득문득 아버지라는 이름이 사무치게 그리워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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