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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저그’ 진호의 스타일기 <8>

  • 김수연 기자 jagiya@kyunghyang.com
  • 입력 2005.01.0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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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했지만 정신적으로는 부자였던 시절
진호는 서울에서 프로게이머로 성공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시작했다. 객지생활을 하다보니 집에서 용돈 받을 여유조차 없었고 늘 궁핍했다. 밤낮 없이 게임과 씨름하다보면 아주 가끔은 밖으로 나가 바람이나 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서울 땅에는 함께 놀아 줄 친구도 없었을 뿐더러 설령 있다해도 가진 돈이 없으니 연습실에서 죽어라 게임만 파고들었다.

게임하면서 하나 둘 친구가 생겼다. 당시 KISS 팀이었던 쌍둥이 게이머 장진수·진남 형제와 가깝게 지냈다. KISS 숙소는 노량진 근처여서 외출을 하기로 결심한 날에는 지하철을 타고 노량진으로 향했고 KISS 숙소에 놀러가 빌붙는 게 진호의 낙이 되어버렸다. 당시 소속사가 없는 팀들이 다 그러했듯 그쪽도 헝그리하긴 마찬가지. 하지만 김밥 한 줄 사서 라면까지 끓여 나눠먹으며 수다떠는 일이 언제나 즐겁고 유쾌했다.

게임아이 시절에는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살았다. 연습실은 2층에 자리한 게임방이었고 숙소는 같은 건물 10층에 있는 오피스텔이었다. 새벽시간에는 오피스텔에 입주해 있는 대부분의 상가와 사무실들이 문을 닫는다. 때문에 늦은 시각 연습을 마치고 숙소로 올라가는 길은 항상 공포, 그 자체.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오피스텔 괴담이 핫 이슈로 떠올랐다. 으스스한 분위기 때문에 연습을 끝내고 잠을 자고 싶어도 숙소인 10층까지 혼자 올라가는 팀원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진호는 장난 끼가 발동했다. 팀원들의 공포심을 극대화시킬 귀신소동을 계획한 것. 병원이 있는 3층에는 밤이 되면 복도에 빨간 불빛으로 가득했다. 진호는 팀원들보다 먼저 연습실을 나와 3층에 대기하고 있다가 누군가가 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작전을 개시했다. 엘리베이터가 3층에 서게끔 일부러 버튼을 눌러 놓고 숨어버리는 장난이다. 숙소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탄 팀원들은 아무도 없는 3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춰 서고 문이 열리고 복도에는 빨간 불빛만이 가득한 그 현장에서 괴성을 지르고 나자빠지기 일쑤.

이 같은 진호의 장난은 날이 갈수록 그 강도를 더해갔다. 특히 다른 팀 게이머가 놀러오는 날에는 전 팀원들이 짜고 엄청난 귀신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게임아이 숙소가 있는 오피스텔에는 늘 귀신괴담이 가실 날이 없었다.

“초창기엔 많이 힘들었는데 팀원들과 정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재미있는 추억들도 많이 만들곤 했어요. 물질적으로 여유롭진 못했어도 마음만은 정말 따뜻했던 기억이죠.”
진호가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서울생활을 하면서 또 하나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면 바로 철없는 사랑이다. 진호는 난생 처음으로 연상의 여인을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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