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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지후니’ 서지훈의 스타일기 <9>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5.04.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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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서지훈’의 모습 때문에 고민 많았죠”
얼마 전에 지훈은 GO팀과 함께 태국 파타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지훈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첫 번째는 대회 참석을 위해 간 것이었지만 이번처럼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해외를 간 것은 처음이다. 지훈이 태국에서 가장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것은 ‘씨워킹(Sea Walking)’을 하면서였다.

어렸을 때부터 물 근처에 자주 가보질 않아서인지 수영도 잘 못하고 물에 대한 겁이 많았던 지훈. 그렇지만 ‘씨워킹’은 수영을 할 필요도 없고 산소 호흡기를 단 채 물 속을 걸어다니 것이어서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지훈이 물 속에서 호흡하는 법을 몰랐던 것. 그는 현지 안전요원이 시키는 대로 잠수한 뒤 숨을 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계속 숨이 막히자 물 밖으로 나오기 위해 발버둥쳤다.

지훈처럼 물에 대한 겁을 먹으면 제대로 ‘씨워킹’을 할 수 없는 경우를 자주 경험한 현지 안전요원에게 그의 ‘몸부림’이 먹혀들 리 만무했다. 자신의 머리를 물 속으로 누른 채 꺼내주질 않자 잠수복 속에 지훈은 안전요원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한국말로 ‘살려줘~’를 수백 번 외쳐댔다. 다시 생각해봐도 가슴 철렁한 사건이었지만 나중에 호흡하는 법이 익숙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들이 마냥 신기했다.

그렇게 잊지 못할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 지훈은 남은 스토브리그를 줄곧 집에서 보냈다. 다음 시즌이 시작되면 어머니와 함께 있을 시간이 얼마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무엇보다 어머니 건강을 생각해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집 근처 산에 올랐다.

지훈에게 있어 지난 시즌은 ‘프로게이머’로서의 자신보다 인간 ‘서지훈’으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게 된 한 해였다. “동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우승하기 위해 게임만 하다보면 게임 외적인 부분을 포기해야 할 때가 참 많은데... 그럼에도 꾹 참고 오로지 연습 또 연습에만 집중하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지훈 역시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가족, 친구뿐만 아니라 자기 또래라면 꼭 한번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오로지 ‘스타’에만 집중했었다. 하지만 작년 내내 그의 성적은 실력만큼 만족할 만한 수준이 나오지 않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한답시고 경기를 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어요. 머릿속에 다른 생각들이 꽉 차 있었던 것 같아요.” 지훈이 생각했던 ‘다른 생각’이란 것은 무엇일까. 너무 일찍 사회에 발을 디딘 이 스무 살 청년은 막연한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다.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인간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들이었다.

그리 대단치 않은 걱정이라고 비웃는 어른들도 있겠지만 인간 ‘서지훈’은 이미 스무 살이 되기 전에 ‘프로게이머’란 명찰을 달고 성인이 되었다. 또한 한 집안의 ‘막내’로 자랐지만 지금은 그 집안의 어엿한 ‘가장’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지훈의 고민은 결코 헛되지 않다. “저에게 닥친 ‘위기’와도 같은 고민 때문에 한동안 당황스러웠지만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했어요. 결국 방법을 찾게 됐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 그것뿐입니다.” 2005년 한해, 이제 고민 끝, 다시 시작이다. ‘퍼펙트 테란’이란 닉네임처럼 스스로 ‘퍼펙트’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 ‘서지훈’의 모습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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