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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 예비군 6백명에게 물었다 | 동원훈련 중 생각나는 게임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5.06.2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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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 훈련 중 난 이 게임 '스페셜포스'가 가장 많이 생각난다
게임을 즐길 때 그룹별로 많은 차이가 있다. 연령대 별로, 어떤 특정 집단 혹은 직업 등에 따라 그들이 좋아하는 게임은 천차만별이다. 이에 <경향게임스>는 특정한 집단을 선택하여 그들의 의견을 묻고 설문하는 신규 코너를 만들었다. 그 그룹에 속한 독자에게는 공감과 타 그룹의 독자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편집자주

지난 13일, 3일 동안의 동원 훈련을 위해 안양시 반달 훈련장에 약 600명의 예비군들이 입소를 했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은 꼭 지켜야 하는 국방의 의무 ‘예비군’은 이런 국방의 의무를 마친 대한민국 전역 군인들을 말한다.

그렇다면 동원 훈련은 무엇인가? 동원이란 병력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전쟁과 같은 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태세로 바꾸는 일이다. 이런 동원 사태를 위해 제대 한 예비역의 경우 1년에서 4년 차까지 1년에 2박 3일의 군사훈련, 혹은 36시간의 군사 훈련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번 박달교정의 훈련의 경우 동미참 훈련으로 하루에 8시간의 교육을 3일간 받은 경우이다. 이들이 말하는 게임에 대해서 알아봤다.

평소에도 멀쩡하다가 군복만 입혀 놓으면 사람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바로 예비군을 가리켜 그런 말을 한다. 이미 2년 동안 모든 군 생활을 알아 버린 그들, 그들에게 군복은 병장 때의 시절만을 떠올리게 한다. 너무나도 힘들었던 이등병과 일병은 없다.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것을 조정했던 병장 시절 때만의 그들이 있을 뿐이다. 일단 예비군들은 귀찮은 것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훈련장에서도 조교들이 뭐라고 떠들던지 간에 가장 편한 자세로 그들이 하고 싶은 일만 묵묵히 할 뿐이다. 예비군을 칭하는 호칭도 다양하다. 귀차니즘의 원조, 청개구리, 깡패 등등 다 좋지 않은 수식어들뿐이다. 이런 그들이 군복을 입었을 때, 게임에 대한 인지도가 변하는 지 알아봤다.

“동원 훈련도중 가장 많이 하고 싶은 게임은?”
13일 교육에 참가한 600명을 대상으로 1위부터 5위까지 순위를 매겨 보았다. 참가 인원의 연령대는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이고 직업은 손에 꼽기 힘들만큼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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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 FPS게임(스페셜 포스,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 245명
2위 | MMORPG(리니지1, 리니지2, 와우 등) | 136명
3위 | 아케이드 게임(팡야, 프리스타일, 카트라이더 등) | 120명
4위 | 전략시뮬레이션(스타크래프트) | 45명
5위 |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 4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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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의 경우 역시 군인의 피가 다시 솟는 듯, FPS게임을 꼽았다. 훈련 과목 중 가장 하고 싶은 과목으로 서바이벌 훈련과 사격 훈련으로 지겨운 훈련 속에서도 능동적인 전투 과목을 꼽으면서 군인다운(?)면을 과시했다. “솔직히 동원 훈련의 꽃이 바로 사격아닙니까, 그냥 와서 총 몇 발 쏘고 가면 될 것을 지루하게 다른 훈련들은 좀 빼고 화끈하게 사격만 하고 갔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2위로 뽑은 MMORPG의 경우 군복을 빨리 벗고 리니지 렙업을 해야 하는데 라면서 군인정신과는 상관없이 그냥 그 게임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MMORPG를 하는 이유로는 돈이 돼서가 가장 많았다.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면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의외로 3위의 경우 카트라이더로 이 지루함을 날려버리고 싶다는 의견이 나와 예비군들에게도 깊숙이 침투한 하이브리드 게임 열풍을 느낄 수 있었다. 식을 줄 몰랐던 예비군들의 영원한 친구인 스타크래프트는 타 게임들에 밀려서 고전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훈련받는 것도 어려운데 무슨 게임이냐며 다 귀찮다는 의견도 44명이나 됐다.

“게임과 동원 훈련과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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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 그냥 대충 해도 된다. | 198명
2위 |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다. | 153명
3위 |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 | 143명
4위 | 개념이 없다. | 60명
5위 | 기타 | 4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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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예비군의 공통점을 묻는 질문에서는 1위로 ‘그냥 대충해도 된다’는 의견이 198명으로 가장 많은 표를 모았다. 머리를 쓰는 게임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단순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게임도 그냥 게임 자체로 하면 되 듯이 훈련도 그냥 대충 하는 대로 흐르는 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었다.

2위와 3위에서는 훈련을 받을 때에도 예비군만에 스타일과 규칙이 있듯이 게임도 각 게임마다 스타일과 규칙이 존재한다고 비교했다. 4위의 경우 요즘 나오는 게임들이 대부분 그냥 개념이 없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잊지 않았다. 5위 기타 의견으로는 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의견으로 게임 안에서의 돈을 중요시 여겼다.

예비군들의 경우 게임보다는 직접적인 놀이 문화 술, 레져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게임을 언제 하느냐의 질문에 술 먹고 술을 깨려는 목적으로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적인 게임보다는 쉽고 편한 게임을 선호하는 것으로 이번 설문조사 결과로 알 수 있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노병처럼 요즘 나오는 온라인게임들의 기획성 부분에 대해서 일침을 가하는 모습은 역시 ‘노병은 죽지 않는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예비역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좀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최준범 예비역의 말처럼 개발사들의 다양한 장르 게임 개발로 더 다양한 그룹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 예비역의 특징
● 가슴 : 전투복 상의의 단추 웬만하면 채우지 않는다. 최대한 껄렁거리게 보이게 하는 것이 키포인트.
● 머리 : 예비역은 전투모(전투모자)를 잘 착용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애써 바른 헤어 젤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쓸 경우 살포시 머리만 덮어준다.
● 발 : 고무링(전투화와 전투복 하의를 경계해주는 일종의 밴드)은 절대 하지 않는다. 전투화의 경우 최대한 느슨하게 매어 발을 편하게 한다. 일부 예비군의 경우 발에 물집이 잡힌다는 이유로 가끔 운동화를 신고 오기도 한다.
● 허리 : 훈련복은 항상 밖으로 뺀다. 바클(벨트)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제대 후 늘어난 뱃살로 허리는 잘 맞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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