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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200명에게 물었다] 청소년 게임중독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5.10.1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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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8일 방영된 ‘추적60분’의 게임중독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방송사 게시판은 시청자들의 의견으로 분주했고 사이버공간 또한 방송 정당성 여부 및 게임중독에 대한 문제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이 심각한 수위에 달했으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대목에서 학부모들의 전화로 한동안 KBS민원실의 통화가 마비가 됐을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심각한 게임중독이 일상 생활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을까. 극한 상황의 예를 제외한 평범한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게임중독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중학생들을 찾아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은 지난 10월 4일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S중학교에서 실시됐으며 2학년 남녀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비율은 6:4로 남학생들이 약 40명이 많았다. 게임중독에 대한 설문 조사를 위해 학교를 찾았지만, 특정 이름이 있는 집단의 설문인 만큼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모든 실명은 제외한다는 조건아래 설문을 진행했다. 게임중독이란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는 수준을 넘어 게임을 과도하게 하여 대인관계 및 현실과 가상 공간을 구분하지 못하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 중독이다’라고 정의 내려진다. 사이버게임 중독의 원인은 게임 자체 특성과 게이머의 심리적인 부분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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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자체 특성 | 게이머의 심리적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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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를 통해 게임을 즐긴다. | 인정받을 수 있다.
스토리 전개가 무한하다. | 대리만족을 한다.
가상공동체를 형성한다. | 스트레스로부터 회피할 수 있다.
또 다른 나를 키우는 아바타가 존재한다. |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삶을 조절하는 것처럼 느낀다.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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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이 미치는 영향으로는 ▲지나친 경쟁을 유발한다. ▲게임의 폭력성에 노출된다. ▲범죄를 유발한다. ▲대인관계기술 빈약이 초래된다. ▲배워야 할 것들을 놓친다. ▲신체건강에 해롭다. 이런 심각한 게임중독이 얼마나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실제 설문을 통해 알아봤다.

[질문1] 하루에 게임을 하는 시간은?
1위 2∼3시간 47% (94명)
2위 1∼2시간 21% (42명)
3위 1시간 미만 20% (40명)
4위 3시간 이상 12% (24명)

하루에 게임을 하는 시간을 세분화해서 알아봤다. 1위는 2∼3시간으로 47%의 학생이 답했다. 시간 때는 방과후가 가장 많았다. 백현수(가명, 15세)군은 “게임을 하다가 종종 학원을 빼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주는 아니고 한 달에 한번이나 두 달에 한번 정도, 게임에 몰입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자나요”라고 말했다. 2위는 1∼2시간 정도 게임을 즐긴다는 학생들로 게임 시간은 역시 방과후에서 학원을 가기 전에 남는 시간에 게임을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현숙(가명, 15세)양은 “그냥 애들이 다 게임을 하니깐, 같이 안 하면 왕따 돼요”라면서 “게임을 하는 것도 친구를 사귀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3위는 1시간 미만으로 전체 인원의 20%가 대답했고 3시간 이상을 한다는 학생도 24명으로 12%나 됐다.

[질문2] 게임을 즐기는 장소는?
1위 PC방 67%(134명)
2위 집 21%(42명)
3위 친구 집 10%(20명)
4위 기타 2%(4명)

게임을 즐기는 장소로는 1위 PC방, 2위 집, 3위 친구 집 순으로 집계됐다. 방과 후 친구들과 함께 즐긴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상호(가명, 15세)학생은 “게임을 할 때 혼자서 하면 흥이 않나요. 애들과 같이 가야지 게임도 재미있고 혼자서 게임 하는 건 별로 재미없어요”라고 말했다. 게임을 즐기는 요소 중에서 ‘친구와 함께’ 라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소연(가명, 15세)양 역시 “게임을 혼자서 하는 친구도 있지요. RPG나 그런 건 집에서 혼자도 하지만 대부분 친구들이랑 몰려가서 캐주얼 게임 하는게 더 좋아요”라고 말했다. 조사결과 게임을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편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의견으로는 방과 후, 학교 전산실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즐긴다는 의견과 가끔 핸드폰으로 수업시간에 몰래 게임을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질문3] 최근 즐기는 게임 장르는?
1위 캐주얼 게임(미들 코어) 32%(64명)
2위 액션 게임 31%(62명)
3위 MMORPG 16%(32명)
4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12%(24명)
5위 기타 9%(18명)

주로 최근 어떤 장르를 즐기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캐주얼 게임이 전체 인원의 32%가 대답해 1위를 차지했다. 주로 여학생들이 많이 대답을 했고 2위 액션 게임과는 1%차이다. “금방 끝날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합니다. 중간에 하다가 정액(미리 돈을 내고 게임을 하는 것)시간이 끝날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한 우희정(가명, 15세)양은 게임이 빠르게 진행되며 단판인 게임이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MMORPG는 잘 안해요. 하는 아이들만 하지, PC방에 오면 겟엠프드, 카트라이더, 건즈 온라인 정도. 아 요즘은 인피니티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라고 말한 김정욱(가명, 15세)군 최근 남학생들은 스피드 한 액션 게임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도 스타크래프트는 아이들이 즐겨하는 게임으로 나타났고 무거운 MMORPG보다는 쉽고 빠르게 한 게임에 5분 정도 소요되는 게임들을 즐겼다.

[질문4] 자신이 게임중독이라고 생각하는가?
1위 아니다 45%(90명)
2위 잘 모르겠다 35%(70명)
3위 그렇다 20%(40명)

게임에 대해서 자신이 중독 증세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전체 인원의 45%가 자신은 중독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김혁진(가명, 15세)군은 “남들이 하는 만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제가 더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며 “그냥 놀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부모님들이 하던 딱지나 구슬치기 모 이런 놀이로요”게임을 놀이의 한 분야로 봐달라는 말을 했다.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 학생들은 게임을 하면서 안 하면 조금 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의견이 많았다. 안형욱(가명, 15세)군은 “게임을 꼭 안 하면 죽겠다라는 느낌은 없습니다. 하지만 하던 게임을 3일 정도 거르면, 그 게임이 생각나는 것은 사실입니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 자신이 게임중독인 것 같다고 대답한 학생들은 하루에 몇 시간 이상 게임을 해도 계속 게임을 하고 싶다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김훈(가명, 15세)군은 “게임을 안 하면 계속 불안하고 게임을 하고 있을 때만큼은 남들이 모라고 하던 좋다”라면서 “계속 게임만 하면서 살고 싶다”라는 강한 중독 증세를 비춘 학생도 있었다.

중학생들의 대부분이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게임에 대해서 하나의 놀이 문화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혼자서 게임을 즐기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것을 더욱 선호 한 것으로 이번 조사결과 밝혀졌다.

게임중독에 관해서는 자신이 중독이 아니다라고 대답한 학생들이 많았다. 물론 그 외에 자신이 심각한 게임중독자라고 대답한 학생들도 있었지만, 방송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신체적인 문제나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의 수위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방송 이후 부모들이 너무 오버해서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많았다.

아직 정확히 게임중독에 대해서 밝혀진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 게임중독이라는 문제가 붉어진 것이 몇 년 안됐기 때문이다. 정확한 조사와 더 많은 양의 데이터가 있어야 게임중독에 대한 의학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어떤 문화 던 역효과나 악영향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것을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가는 앞으로 우리들이 함께 해쳐나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 정착한 문화에 대해서 몇몇 사례들만을 가지고 판단 일반화 시켜서는 안된다. 썩은 나무하나를 발견했다고 그 숲 전체가 썩었다고 판단하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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