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게임업계 전문 인력이 새고있다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5.15 09:19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게임 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반도체 산업을 이을 차세대 핵심 성장 산업으로 부각되던 게임 산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고부부가가치 산업의 중심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정부측의 밝은 미래상은 사라지고, 이제는 게임 산업의 기조마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시급한 인력 부족 문제가 게임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매년 수많은 게임 관련 인재들이 배출되지만, 정작 고급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끊임없는 게임 회사 간 인력 빼가기 경쟁에 최근 릴 게임(성인용 사행성 보드게임) 개발사들까지 합세하며 만들어낸 국내 게임 산업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끊임없는 ‘러브콜’, 중견 개발자들마저 ‘흔들’
A사에서 수년째 온라인 게임을 개발해왔던 K씨. 그는 얼마 전 고액 아르바이트를 제의 받았다. 한 달 내 완료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었고, 현업에도 별다른 영향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릴 게임 개발과 관련된 ‘몰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 완료 후 짭짤한 수익을 기대했지만, 예상은 완전히 벗어났다. 개발 완료 직후 그가 완성한 외주 작업에서 버그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조직폭력배에 납치되다시피 했고 버그를 잡을 때까지는 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엄포와 함께 감금을 당했다. 꼬박 3일간 버그 픽스에만 매진한 결과 모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 회사에서는 그의 몰래 아르바이트가 발각됐고, 권고사직을 통보받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중견 개발사인 C사에서 메인타이틀을 개발하고 있는 Y씨. 그 역시 지난 달 헤드헌터로부터 제의를 받았다. 자신의 연봉보다 많은 금액을 제시한 것은 당연지사. 릴 게임 개발사임을 인지한 뒤, 바로 거절했지만, 좀 더 많은 연봉을 4번에 걸쳐 제의 받은 후, 한동안 적지 않은 고민을 해야만 했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게임 회사 취업을 준비 중이었던 다른 Y씨. 이력서를 제출한 게임 회사 중 어느 한 곳 연락이 온 곳은 없었다. 그러던 중 부천에 위치한 모 게임사로부터 함께 일을 해보자는 연락을 받게 됐다. 면접 당일 방문한 곳은 릴 게임을 개발하는 Z사. 성인용 게임임을 확인한 후, 취업할 생각을 버렸지만 다른 곳에서 연락이 오지 않아 다시금 차일피일 출근일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N사에서 2년째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L씨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후)개발자로서의 생명에 치명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거절했다”며 “자신이 알고 있는 몇몇 동료들도 (이들로부터)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1~3년차 사이의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과연 얼마나 많은 개발자들이 이러한 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털어놓았다. 그만큼 조건이 파격적이었던 까닭이다.

고연봉 시대 ‘활짝’, 게임 업계는 ‘울상’
최근 릴 게임 회사들의 게임회사 인력 빼가기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게임회사의 1~2년차 개발자의 평균 연봉은 2천만원대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들이 제시하는 연봉은 이보다 평균 1.5배 이상 많은 3천만원선에서 많게는 4천만원에 육박하는 경우도 확인했다. 고액 연봉과 더욱 나아진 대우 앞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성인용 게임기의 개발 비용은 최대 100만원 미만이며, 판매가격은 500만원선에 달하는 만큼, 고연봉이 보장된다). 더욱이, 온라인 게임에 비해 보다 쉽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철야를 할 일도, 급여가 제때 지급되지 않는 불상사도 흔치 않은 일이다(일부 릴 게임 개발사의 경우, 소위 말해 돈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지극히 일부 개발사에 국한된 것으로 확인됐다).

단지 자신의 이력이나 경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외에는 거리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여기에 일부 온라인 게임사들의 착취는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 릴 게임 개발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사실 게임 개발사에서는 일일이 개발자들을 단속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릴 게임 개발사의 연봉에 맞춰 급여를 지급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릴 게임 개발사의 인력 빼가기 경쟁에 개발자의 양심 이외에는 무방비 상태나 다름이 없다.

최근 개발 5팀을 해체시킨 J사. 프로젝트가 무산된 만큼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실직을 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책임자인 개발 팀장 외에 모든 개발진들은 다른 개발 부서로 이동하는 선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릴 게임 개발사에 의해 개발자들의 수급이 원활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사의 경우, 주요 핵심 인력 중 일부가 릴 게임 회사로 이직, 프로젝트에 차질을 빚고 있다. 릴 게임 개발사들의 무한 인력 빼가기 경쟁은 온라인 게임 성장에 치명타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타겟은 ‘현직 개발자들’, 이유는 ‘OS’
릴 게임 개발사들이 온라인 게임 개발자들에게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에서 개발, 시판되고 있는 릴 게임들은 윈도우 XP기반으로 제작되고 있으며, VC++와 다이렉트X를 기반으로 한 3D 렌더링과 2D 이미지들이 주로 활용된다. 다시 말해 영입 이후 바로 릴 게임 개발에 투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 릴 게임 개발사에 근무했다는 B씨. 그는 “릴 게임 개발에 종사하고 있는 개발자들이 장밋빛을 꿈꾸고 있다”며 “하지만 게임 완료 후 버그와 관련해 수정작업이 완료되지 않으면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그는 “함께 일했던 전직 릴 게임 개발자는 급여일 전날 이직해 아직까지도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작 게임 완성 이후에도 승률을 조작해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양심적으로 힘든 때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현재 인천에 위치한 릴 게임 개발사에 근무하고 있다는 J씨는 “대부분의 릴 게임 개발사의 CEO 중 90%가 조직폭력배로 알고 있다”며 “이력서에 릴 게임 경력을 넣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릴 게임 개발도 상당 수준의 스킬을 요하는 만큼 생각보다 개발이 용이하지만은 않다”며 “과거에는 수익은 크되, 비전이 없는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영세한 릴 게임 개발사들도 등장하고 있어, 과거와는 다른 실정”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들은 릴 게임이 크게 돈을 번다는 소문이 돈 이후, 너나 할 것 없이 수많은 개발사들이 탄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인력 빼가기 경쟁이 과잉 양상을 띠게 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릴 게임 개발사의 인력 스카우트 경쟁은 결코 불법으로 치부될 수 없다. 대부분 신입 개발자보다는 한참 개발 노하우를 쌓은 1~3년 경력의 개발자들에게 찾아온다. 이로 인해 온라인 게임 개발사는 크나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결코 개발자들의 책임으로만 전가시킬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임 산업은 발전하고 있으되, 게임 개발 인력은 점차 부족해지고 있는 국내 게임 산업. 그 어두운 미래상은 어느 덧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